‘호르무즈 재압박’ 이란, 협상 앞두고 미국과 기싸움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 지속
이란 “종전 MOU 1조 위반”
공습 중단 강제하라 美에 압박
양측 협상 대표단 스위스행
담판 앞두고 막판 기싸움 치열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2026-06-21 18:18:10

21일(현지 시간) 미국과의 실무 협상을 위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왼쪽에서 두 번째) 이란 의회 의장이 협상단과 함께 스위스 한 리조트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 시간) 미국과의 실무 협상을 위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왼쪽에서 두 번째) 이란 의회 의장이 협상단과 함께 스위스 한 리조트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중동 전쟁 종식과 핵 협상 개시를 위해 마련된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가 발효 이틀 만에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습이 지속되자 이란은 MOU 핵심 조항인 호르무즈해협 통행 재개 방침을 전격 취소 발표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란이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면서도 필요할 때 즉시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20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MOU 제1조 불이행 등 미국의 명백한 신의성실 원칙 위반과 약속 불이행에 대응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끊임없이 합의를 위반하고 철수를 미이행함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에 대해 폐쇄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MOU 1조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레바논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보장한다는 게 골자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MOU 발효 이후에도 레바논 남부 공습을 이어간 만큼, 미국이 합의 이행을 강제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도 “모든 선박은 호르무즈해협에 접근해선 안 된다. 접근하면 안전이 위험해질 것”이라며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저지른 범죄와 미국의 MOU 위반 탓에 호르무즈해협은 모든 선박에 대해 닫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19일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휴전에 합의했지만, 휴전 발표 몇 시간 뒤인 20일 새벽 전투기와 드론을 동원해 레바논 남부 나바티에 일대를 다시 공습했다. 레바논 민방위 당국은 이날 16명이 숨졌다고 밝혔고, 레바논 보건부는 3월 초부터 이어진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자가 4000명을 넘겼다고 집계했다.

다만 미국은 이란의 재봉쇄 선언이 실제 물리적 차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팀 호킨스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미군이 항행의 자유를 지원하기 위해 계속 작전을 수행하는 가운데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상선 통행량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중부사령부도 엑스를 통해 “미군은 이란과의 합의가 준수되고 이행되며 완전히 효력을 유지되게 하려고 계속 현지에 주둔하며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한편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어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협상 의지를 보였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협상 대표단이 스위스로 떠났다”고 확인하면서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은 MOU 조항이 이행될 때 비로소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행히도 우리는 이런 이행 상황을 보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이번 스위스행의 목적은 본협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MOU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 외교 정책의 논리는 명확하다. 약속 대 약속, 행동 대 행동”이라며 “MOU는 상호 연관된 패키지라서 한쪽이 이행하지 않으면 MOU 모두가 위태로워지는데 특히 1조는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 양측 대표단이 21일 나란히 스위스에서 집결하며 회담 준비에 나섰다. 이란 국영방송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협상단을 이끌고 협상장이 마련된 스위스로 출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비롯해 4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종전 협상에 참여했던 압돌 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알리 바게리 카니 최고국가안보위원회 국제문제 담당 사무차장, 하미드 보르드 석유부 차관 등도 이번 협상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에선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이 스위스에 먼저 도착한 데 이어 JD 밴스 부통령도 이날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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