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周洪
金耕 畵
◇이 소설을 첨으로 읽으시려는 독자를 위해서. 이 소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 읽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최근까지 활약한 무송(武松)이란 인물의 얘기만 얼마쯤 알아두시면 되는 것입니다.
형의 원수를 갚느라 살인을 한 것이 죄가 되어 맹주(孟州)의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던 무송은 그곳에서 지금으로 치면 형무소장인 관영상공(管營相公)의 부자의 원수 장문신(蔣門神)을 쫓아내어 주었다가 큰 봉변을 당한다. 그래서 크게 성이 난 무송은 자기를 죽이려고 사건을 날조한 장문신, 장도감, 장단련과 그 식구들을 모조리 다 죽이고서 도망을 해왔더니 오다가 전날 형제의 의를 맺은 바 있는 장청(張靑)의 부부를 만나 도움을 입는다. 그러나 관가의 추격이 심하므로 견디다 못해 장청의 소개장을 얻어 이룡산 보주사(二龍山 寶珠寺)에 있는 노지심(魯智深)과 양지(楊志)의 두 도적의 괴수를 찾아 가는데 도중에서 젊은 여자를 안고 희롱하는 늙은 중놈이 눈에 거슬려 중과 그 상좌아이를 한꺼번에 베어 죽였다.
달빛만이 퍼붓는 적적한 산속 절간에서 칼에 피를 묻치고 선 무송은 지금 여자가 남아있는 안쪽을 바라다보고 있는 중이다.
蚣蜈山
아직도 어둠은 (九)
무송은 안에 있는 여자를 보고 소리를 했다.
『색시는 이리 나와서 내 얘길 들어봐라』
그러나 겁이 나서 그런지 아무 기척이 없다.
『내가 죽이려구 그러는 건 아냐. 말을 물어 보려구 그러는거니 어서 나와!』
죽은 사람의 옷에다 피를 닦고 나서 칼을 칼집에 넣고 있으니 여자는 조심조심 걸어 나와 절을 한다.
『그래 대관절 여기가 어디냐? 그리구 지금 죽은 저 늙은 중놈은 뭘 하던 놈이냐?』
여자는 또 한 번 절을 하더니만 얼굴을 돌리고서 흑흑 소리를 낸다.
『울고만 있을때가 아니다. 그래 내력을 얘기해 봐라!』
『네, 전 이 재 밑에서 살던 장태공(張太公)의 딸이었어요』
『그런데 왜 여길 올라와서 있는거야?』
『네, 이 위에 저의 집 산소가 있어요. 이 집은 그 무덤들에 따른 재실이지요. 그런데 얼마전에 저 선생이 저의 집엘 찾아왔군요. 어디서 온 사람인지도 몰르죠. 그래 와서는 스스로 말하기를 음양풍수를 잘 본다고 하지 않겠어요. 산의 지리를 잘 아노라고 그러는군요. 그러니까 저의 부모님은 그 말을 믿구서 저 선생을 집에 붙여두고서 날마다 산을 오르내리죠. 좋은 멧자리나 있나 하구서요. 그러는데 하루는 저 선생이 저를 보더니만 그만 악심이 들었나 봐요.
저를 보구 보구 하는 눈치가 당장에 다르더군요. 그러더니만 불과 두 달도 못 되는 새에 부모님을 다 죽이는게 아녜요. 글쎄 하루에 두 분을 다 죽이고 나서 저 짐승 같은 놈이 저한테로 덤벼드는거에요.』
여자는 팍 쏟는 듯이 소리를 내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