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끊긴 지 25년… "둑 터야 생태계·사람 산다" 한목소리
입력 : 2012-04-24 10:37:00 수정 : 2012-04-24 14:51:05
25년째 물길을 끊고 있는 낙동강하굿둑. 부산시는 하굿둑을 상시 개방해 기수역(汽水域)을 복원하는 계획을 최근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재찬 기자 chan@낙동강하굿둑 개방 논의가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물길이 끊긴 지 25년째인 올해, 기수역 복원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기수역은 다양한 생물 자원의 보고(寶庫)다. 지난 1987년 11월 낙동강하굿둑이 생겨 물길이 막히면서 상류 쪽 기수역은 거의 사라졌다. 낙동강하굿둑 개방과 관련한 논의들을 짚어본다.
최대 걸림돌 해소
공업용수 취수·농민 피해
정수장 이전·4대강으로 해결
정치인도 팔 걷어
총선 때 기수역 복원 공약
여야 떠나 해결의지 기대
남아있는 문제는
수중보나 수문 조절 통해
염해 최소화 방안 찾아야
■무르익는 하굿둑 개방 논의
그동안 하굿둑 개방에 반대하는 양대 논리는 공업용수 취수 차질과 하구 지역 농민 피해였다. 다행히 이 두 문제는 이미 해결됐거나,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환경부는 부산시 수도정비기본계획을 승인했다. 계획 중에는 강서구 대저동 공업용수 정수장(취수장 포함)을 덕산정수장으로 이전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승인된 계획대로 공업용수 정수장을 20㎞ 상류인 김해시 대동면으로 옮길 경우 하굿둑 개방에 따른 염해 영향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
반환경적이라고 비판 받던 4대강 사업도 역설적으로 기수역 복원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4대강 사업으로 염막, 대저, 화명 등 낙동강 둔치의 농경지가 다 정비된 것이다.
부산시낙동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낙동강하굿둑이 하류인 현재 위치에 들어선 것은 하천변 농경지 염해를 막기 위한 이유가 컸다"며 "4대강 사업으로 다 정비된 만큼 기수역 복원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팔을 걷어붙였다. 낙동강하굿둑 개방을 통한 기수역 복원을 환경부에 공식 건의한 것이다.
지난 3월 20일 충남 서천군청에서는 민·관을 아우르는 3대강해수유통협의회가 발족 회의를 가졌다. 하굿둑으로 끊긴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물길을 다시 잇자는 것이다.
지난 11일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된 문재인 씨도 낙동강하구 기수역 복원 공약을 내걸었다. 앞으로 여야 구분을 떠나 정치인들의 해결의지도 기대해볼 만하다.
■부분적 염해 피해 대책은?
현재 남아 있는 반대 논리는, 식수와 공업용수 취수원인 김해 매리와 양산 물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분적 염해 영향이다.
공업용수 취수장이 옮겨갈 덕산정수장은 인근 매리에서 취수를 하는데, 하굿둑이 없어지면 바닷물이 거기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염해로 취수가 영향 받는 날이 1년에 15일 남짓에 불과하다. 이 점에 대해 찬반 양측의 이견은 없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시설부 관계자는 "하굿둑을 개방했을 때 물금취수장을 기준으로 1년에 7~15일 정도는 염분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염분은 정수처리가 안 된다는 게 큰 문제다"고 밝혔다.
물론 이 같은 걱정도 남강댐물 부산 공급이 성사된다면 사실상 해소된다. 하지만 경남도와 경남 주민, 일부 환경전문가들이 반대한다. 광역상수도를 맡은 정부도 의지가 약하다.
경남도는 "부산에 줄 물이 없다"는 이유로, 환경단체는 "수원을 옮길 경우, 낙동강 수질을 포기하는 것이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대안으로 모색되는 것이 수중보다. 하굿둑보다 상류에 수중보를 설치하면 하굿둑 개방에 따른 바닷물 역류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3대강해수유통협의회 이준경 공동집행위원장(잠정)은 "염해를 막는 방안으로 백중사리 때는 하구둑을 임시로 닫는 것, 수중보를 설치하는 것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제안한 생태축 사업에서도 수중보가 제시됐다. 대동수문 근처 낙동강에 수중보를 설치하면 바닷물이 상류와, 서낙동강으로 유입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문 개방 모니터링해보자"일부 전문가들은 부분적인 수문 개방을 하면서 염해 모니터링를 해보자고 대안을 제시한다.
환경단체인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수문 개방 정도에 따라 어디까지 바닷물이 역류하는지 2년 정도 모니터링을 하면 현재 상태에서도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1987년 하굿둑이 생기기 전에도 취수와 농사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수중보를 만들지 않고도 수문 조절을 통해 기수역 복원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하굿둑 옆을 우회하는 수로를 만들어 또다른 형태로 기수역을 복원하자는 주장도 있다.
종합하면, 낙동강하구 기수역 복원 자체에 대한 반대는 없다. 논의는 그에 따른 염해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로 모아진다. 수문조절, 수중보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하다.
부산시는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낙동강하구 일대의 기존 습지보호지역(37.71㎢)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겠다고 올해 초 약속했다.
이런 자연 조건에 더해 낙동강하굿둑까지 개방된다면 반환경적으로 기울었던 과거를 반성하고 바로잡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낙동강하굿둑 개방의 또다른 당위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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