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제2의 글로벌 물류 대란 오나

입력 : 2024-06-23 18:09:34 수정 : 2024-06-24 09: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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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혁 부산항만공사 국제물류지원부장

홍해 사태·항만 적체·성수기 수요 탓
선복량 증가 불구 해상 운임 급등세
일시적 여부 불확실, 위기 대비 필요
부산항, 운영·시설 개선 지속 예정

최근 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전 세계 수출 화주들은 컨테이너 선박에 화물을 선적하기 어렵거나, 매우 높은 운임을 지불해야 겨우 예약이 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3년 전 글로벌 해상 공급망 혼란의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현 상황을 이해하려면 정기선 해운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정기선 해운은 시내버스 운행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60분 소요되는 노선을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려면 6대의 버스가 필요하다. 운행 시간이 100분으로 늘어나면, 동일 간격 유지를 위해 10대가 필요하다. 실제 해운에서 아시아~북미 노선은 통상 6주가 소요되어 주간 운항을 위해 6척이 투입된다. 아시아~유럽 노선은 12주가 걸려 12척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의 컨테이너 선사가 있지만, 이런 장거리 노선은 노선 1개 운영 비용이 수천억 원에 달해 약 10개의 글로벌 선사만이 운영 중이다.

정기선 해운과 시내버스의 주요 차이점은 운임 결정 요인이다. 해운 운임은 주로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선복(운송 가능한 총 적재 용량)이 증가하면 운임이 하락하고, 반대의 경우 운임이 상승한다.

지난해 12월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으로 많은 선박이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를 우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행 항로는 왕복 기준 최대 4주가 추가 소요되며, 1주 간격 운항을 유지하려면 노선당 2~4척의 선박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현재 약 30개 유럽 노선이 수에즈를 통과하며, 선사들은 선박 부족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 컨테이너 선박은 약 6000척, 총 선복량은 약 3000만TEU다. 유럽 노선 투입 선복량은 지난해 말 590만TEU에서 현재 720만TEU로 증가했고, 척수로는 100여 척이 추가됐다.

홍해 사태 이전에는 공급 과잉으로 원가 이하 운임이 형성됐고, 대규모 신규 선박 인도로 2024년에 운임 폭락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홍해 사태로 수급 균형이 개선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한 해운 조사 기관은 이 사태가 전 세계 선복의 5~6%를 흡수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상황이 현재 운임 상승의 첫 번째 밑바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항만 적체다. 교통 체증으로 인해 시내버스 정류장에 같은 번호의 버스가 연달아 모여 있어 버스가 순환하지 못할 때가 있는 것처럼, 해상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다. 순환하지 못하는 선복은 시장에 투입되지 않은 것과 다름없어 공급 차단 효과를 낳는다. 유럽 노선에서 경유지인 중동과 지중해에 양하되어야 할 화물들이 동남아시아와 서지중해 항만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추후 소형 피더선을 통한 환적 운송을 위한 조치다. 해당 지역의 선박 입항 수도 크게 증가해 심각한 체선이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싱가포르는 5월 선박 대기 일수가 7일에 달했다. 싱가포르 분석 기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선복의 약 8%가 항만 적체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3년 전 물류 대란 정점 시 14%의 선복이 적체로 불용된 것에 비하면 다소 낮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운임 상승의 세 번째 요인은 성수기 수요 집중이다. 통상 7~8월이 성수기지만, 올해는 홍해 사태와 항만 적체를 인지한 북미 화주들이 주문을 5월로 앞당겼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도 시행을 앞두고 있어 중국 화주들의 ‘수출 밀어내기’가 겹쳤다. 결과적으로 5월 말 운임 지수는 5월 초의 3배로 급증했다.

운임 폭등 시 화주들은 선사의 폭리를 비난한다. 시내버스처럼 요금이 고정되거나, 적자 노선에 대한 재정 지원으로 시민의 교통 편의를 보장하는 시스템과는 달리, 해운업계는 철저한 시장 논리가 적용된다. 제한된 ‘좌석’을 두고 높은 운임을 부담할 수 있는 고가 화물 화주가 있는 한, 운임은 천정부지로 상승하게 된다. 반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공급 과잉으로 운송 원가 이하의 운임이 형성되었고, 한진해운 등 8개 글로벌 선사가 출혈 경쟁으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현재 수요 증가가 일시적 현상일지, 아니면 3년 전 물류 대란이 재연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주 독일 항만 노동자 파업과 9월 만료를 앞두고 있는 미국 동부항만노조의 노사 계약 협상 등 추가 변수도 있다.

해상 물류 대란은 집중 호우와 유사하다. 부산의 우수 시설이 30년 빈도 폭우에 대비하듯, 글로벌 물류 시스템도 일정 수준의 수요 변동에 대응한다. 그러나 100년에 한 번 있을 극단적 상황에서는 한계를 보인다. 3년 전 전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발 수요 폭증, 항만 적체 등으로 물류 대란을 겪었다. 이는 도시의 배수 시스템이 폭우로 마비되는 것과 같았다.

수요 급증이라는 ‘폭우’는 막을 수 없지만, 항만 적체라는 ‘배수관 막힘’은 예방 가능하다. 부산항은 운영 효율화와 시설 개선에 주력하여,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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