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맹이 빠진 특별법… 이름뿐인 해양수도?

입력 : 2025-08-05 21:00:00 수정 : 2025-08-05 21: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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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부산 이전 법안 곧 발의
부처 기능 강화하는 내용 없이
정부·지자체 이전 지원만 담아
"시간 쫓겨 본말 전도" 비판 제기
중장기적 전략·비전 포함돼야

‘해수부 부산 시대’를 앞두고 해양수산부가 부산 이전 특별법을 준비 중이지만, 정작 해당 법안에 △해수부 기능 강화 △유관 기관 이전 등의 내용이 빠져 ‘반쪽 법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해수부 임시청사로 예정된 부산 동구 IM빌딩과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해수부 부산 시대’를 앞두고 해양수산부가 부산 이전 특별법을 준비 중이지만, 정작 해당 법안에 △해수부 기능 강화 △유관 기관 이전 등의 내용이 빠져 ‘반쪽 법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해수부 임시청사로 예정된 부산 동구 IM빌딩과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해양수산부가 부산 이전을 위한 특별법을 준비 중이지만, 정작 법안에는 당연히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던 부처의 기능 강화나 유관 기관 이전 등에 대한 내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법을 통해 ‘해양수도 부산’의 주춧돌을 놓겠다던 부산의 기대가 오히려 ‘해수부 이전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해수부는 최근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초안을 마련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발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일보〉가 입수한 해당 초안에는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따른 지원 사항이 핵심으로 담겼다. 법안에는 이전 비용 조달, 사무소 신축비 지원, 직원 대상 이사비·이주지원비 지급, 전세자금 융자 등 복지 지원 내용이 포함됐다. 또 이전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이전지원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국공유재산 임대료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다만 이번 법안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해양수도 육성 의지나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밝힌 해수부 기능 확대와 같은 전략적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해수부 권한과 기능 확대를 둘러싼 부처 간 이견이 여전한 상황에서, 우선 이전 절차부터 마무리하겠다는 실무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단순한 행정 절차만으로는 해양수도의 위상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며, 중장기 전략과 산업 육성을 포괄하는 ‘실질적 특별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부산을 해양수도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현 시점이야말로 해수부 기능 강화를 확실하게 관철시킬 수 있는 적기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 해수부가 준비 중인 법안은 앞서 국민의힘 곽규택(부산 서·동)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양수산부 등의 부산 이전 및 해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안’에 비해 그 내용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법안에는 해수부 이전 지원 방안을 비롯해 해양산업특화 혁신지구 조성, 해양산업 집적지 지정, 해양 전문인력 양성, 외국인 투자 유치 및 글로벌 협력 체계 구축 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담겼다.

곽 의원은 "해양수산부 이전의 핵심은 '조직 보전'이 아니라,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해양산업의 집적과 고도화,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실현"이라며 "시간에 쫓겨 본말이 전도된 법률이 아닌, 국가 전략과 지역 미래를 반영한 실질적 법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 시민사회의 기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지난달 7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가 세종시로 이전한 2014년 이후 조선·해양플랜트·해양에너지는 산업통상자원부, 해양물류는 국토교통부, 해양관광·레저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해양공원은 환경부, 유인도서는 행정안전부 등으로 기능이 흩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단순한 이전을 넘어 분산된 기능을 통합하고, 해양 전문 부처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거제·울산이 조선 산업의 중심지인 만큼, 조선 관련 기능까지 해수부에 이관해 함께 이전한다면 지역 경제에도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어 “해수부 이전이 성공하려면 관련 공공기관의 동반 이전이 필수”라며 “핵심 기관들이 한곳에 모이면 정책 수립과 실행이 신속해지고, 현장 밀착형 정책 개발이 가능해져 시너지가 극대화된다”고 했다.

한편 해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 시점에서 해수부가 입장을 내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여야 정치권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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