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 경찰청장 탄핵 청원 ‘시끌’

입력 : 2024-10-06 13:23:16 수정 : 2024-10-06 18:04:57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김해 신어지구대 경감, 실명 내걸고
지난 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요청
최근 시행한 근무 개선 방침에 반발
현장 경찰관 중심으론 동조 분위기
일각에선 “제 살 깎아 먹기” 비판도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청원. 독자 제공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청원. 독자 제공

현직 경찰관이 경찰청장 탄핵을 요청하는 게시물을 국민동의청원에 올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청원에는 최근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시한 지역 관서 근무 개선 방침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담겼는데, 경찰 내부에서는 찬반 의견이 갈린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김건표 경감은 6일 <부산일보> 취재진에 지난 2일 오후 2시께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김 경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지역 관서 근무 감독·관리 체계 개선 계획’이 공식적으로 시행됐다. 이 대책은 지난 8월 경남 하동군의 파출소 순찰차에서 실종 신고된 40대 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된 데 따른 경찰청의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경찰청은 현장 경찰관들에게 2시간마다 순찰차 위치와 정차 사유 등을 세세히 기록하게 하고, 무전을 통해 수시로 위치와 업무 상태를 보고하게 했다.

이에 김 경감은 조 청장이 급히 내놓은 대책이 일선 경찰관들을 사지로 내몬다고 주장한다. CCTV와 GPS를 이용해 사무실과 순찰차 내부를 감시하는 방법 등은 경찰관 과로사, 자살, 졸음운전 등을 부추긴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 경감은 “27년간 국민을 지키는 치안 전쟁터에서 근무하며 흉기 난동, 추격전 등에 투입돼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겼다”면서 “경찰은 업무상 위험도가 높아 순직률이 높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도 높은 직종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게 청장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이은 경찰관 죽음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실제로는 지난달 3일부터 조 청장의 지시 사항이 적용됐다. 그대로 따르자니 이건 죽으라는 얘기 같았다. 경찰청장의 탄핵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김 경감은 청장 탄핵을 촉구하고 이번 근무 지시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는 글을 경찰 내부망 등에도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청장이 해당 청원을 직접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경찰청장에 내용증명도 발송했다.

김 경감은 “하위직 경찰관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만약 이번 청장의 지시로 경찰관이 죽거나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전국경찰관 직장협의회에 건의해 변호인단을 꾸리고 민·형사상 소송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경감이 국민동의청원에 올린 글은 청원 대상이 되기 위한 최소 요건인 100명 동의를 충족해 현재 비공개 상태로 전환됐으며, ‘청원 요건 검토’ 절차를 밟고 있다. 검토 과정을 거쳐 청원서가 등록돼 30일 동안 5만 명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과중한 업무에 매우 힘들어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김 경감이 지적한 사항에 경찰 내부에서는 전반적으로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업무 지시에 대한 반기가 ‘제 살 깎아 먹기’라는 내부 비판도 있다. 하동 순찰차 사망 사건 당시 경찰 업무 태만 실태가 드러나 본청이 감찰 이후 내놓은 재발 방지책이라는 점에서다.

창원의 한 경찰서 직원은 “제대로 일했으면 이런 지시를 받진 않았을 것”이라며 “경찰 잘못으로 명운을 달리한 피해자를 볼 낯이 없다. 괜히 긁어서 부스럼 만드는 꼴”이라고 말했다.

도내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문제가 된 경찰서만 시정하라고 할 수도 없을 텐데, 청장 탄핵이 생뚱맞기는 하다”며 “국민적 공감을 얻긴 어려울 것 같다. 내부 고충을 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털어놨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