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금리 유지와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강달러(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업계가 수익성 강화·확대를 위해 동남아와 일본 소도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산 거점 항공사 에어부산은 다음 달 25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주 2회 일정으로 부산~필리핀 보라카이 부정기편을 운항한다고 26일 밝혔다. 해당 노선은 지난 7~8월 부정기편 운항 당시 90%대의 높은 탑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앞서 에어부산은 지난달 30일 부산~인도네시아 발리 노선 첫 운항에 들어갔다. 새 노선은 운항 첫날 탑승률 100%를 기록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역시 부산~필리핀 세부·클락·보홀 노선 뿐 아니라 부산~태국 방콕, 부산~베트남 다낭 등 23개 동남아 노선을 운항하면서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이달 말까지 베트남 노선 항공권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베트남 노선 활성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동남아 노선 운항 횟수를 늘리고 있다. 인천~베트남 나트랑 노선, 인천~인도네시아 발리 노선은 매일 1회에서 2회로 증편됐다. 인천~베트남 푸꾸옥 노선은 다음 달 15일부터 매일 2회 운항으로 늘어난다.
항공업계가 이처럼 동남아로 눈을 돌리는 것은 환율·유가에 민감한 산업 특성상 계절적 수요 등을 감안한 노선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 강화를 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항공업계는 매출액 실적이 크게 개선됐던 3분기와 달리 4분기에는 강달러 기조에 따른 유류비 등 비용 부담 가중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예민한 항공사 상당수가 4분기 실적 저조를 우려하는 형편”이라며 “강달러 기조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겨울철 연말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항공사들이 노선을 다변화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여객 수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 소도시 중심의 노선 개발이 활발하다. 대한항공은 지난 24일 인천~일본 구마모토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1991년 4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에 신규 취항했다가 1997년 운항을 중단한 이후 27년 만에 운항을 재개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13년 이후 운항이 중단됐던 인천~나가사키 노선을 주 4회 운항으로 재개한 바 있다. 인천~오카야마 노선(주 4회)과 인천~가고시마 노선(주 7회)은 증편했다.
이스타항공은 다음 달 26일부터 인천~도쿠시마 노선을 주 3회 단독 취항하기로 하고 이를 기념해 초특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스타항공은 도쿠시마 홍보를 위해 ‘도쿠시마 완전 정복’ 페이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에어부산의 부산~마쓰야마 노선은 지난해 11월 취항 이후 현재까지 평균 탑승률 80% 중반대를 기록하면서 해당 노선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에어부산은 지난 9월부터 해당 노선을 기존 주 3회에서 주 5회로 증편하였으며, 동계 스케줄 운영이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는 주 6회로 증편하며 공격적인 노선 확대에 나섰다.
이는 기존 대도시 노선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항공사들이 새 수익원 확보를 위해 앞다퉈 신규 노선 개발에 나선 덕분이다. 강달러 기조로 인한 유류비 부담을 상쇄할 만큼 엔화가 안정세인 것도 한몫했다.
부산연구원 이상국 선임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공항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가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항공기 착륙료를 인하해준 것도 노선 개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유류비 부담이 커지더라도 엔화가 안정화를 이룬다면 일본 소도시를 위주로 한 노선 개발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