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나섰다. 선거법 개정이 이재명 대표의 허위사실공표 유죄 판결 때문이라는 비난이 집중되자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을 주장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허위사실(공표)은 검찰이 다 봐줬다”고 비난하던 민주당이 허위사실공표를 표현의 자유로 규정한 데 대해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27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인터뷰에서 같은 당 박희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허위사실공표죄가 삭제된 데 대해 “미국 같은 경우 허위사실공표죄 자체가 없다”면서 “공직선거법의 개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허위사실을 표현의 자유라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 범위를 봐야 된다”면서 “공직선거법에서 빠진다고 하더라도 형법 처벌 조항이 있으니까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공직선거법 개정이 ‘이재명 대표 구하기’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칙 조항에 이것(허위사실 공표)으로 벌칙을 받은 것에 한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벌칙에 관한 경과조치’로 개정안 시행 전 허위사실공표나 후보자비방 위반 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한 대변인은 “이 대표처럼 허위사실공표죄로 재판하신 분 중에 지난 10년 동안 (대부분) 무죄 또는 벌금형이었고 실형이 나온 것은 딱 한 건”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개정 시도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의 관계에 대해 “정말로 공교로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허위사실공표죄 삭제 이외에 당선무효형 기준을 기존 벌금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처벌 규정을 완화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선 ‘선수’인 국회의원이 ‘규정’인 선거법을 완화해 처벌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에 대해 “아직 당론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도 표현의 자유 등을 강조하며 개정 필요성을 적극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허위사실공표죄 적용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을 비판한 당 소속 의원들의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허위사실공표 유죄 판결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허위사실은 검찰이 다 봐줬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말한) ‘나는 김만배를 몰랐다’ ‘우리 가족들은 이익을 본 바 없다’ ‘장모님 같은 경우는 누구에게 일 원이라도 손해를 끼친 적이 없다’ 이게 다 허위사실”이라며 “나중에 임기가 끝나면 선거법 다시 수사가 돼서 기소가 되면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허위사실공표로 선거법 수사를 받고 처벌돼야 한다고 주장하던 민주당이 돌연 허위사실공표를 선거법에서 삭제하자고 주장하며 태도를 바꾼 셈이다. 이에 대해선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일부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