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처리 지연은 부산 홀대이자 발목잡기다. 싸워야 한다.”
27일 국회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강한 목소리로 야당을 비판했다. ‘온건 중도파’ 이미지가 강한 박 시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거센 표현이다. 그는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자극해 법안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런 것을 걱정할 상황은 지났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특별법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 개원 직후(5월 31일) 발의됐다. 부산지역 여야 의원들이 입법을 서두르면서 22대 국회 전체 법안 가운데 50번째로 국회사무처에 접수됐다. 이후 6월 11일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특별법은 9월 2일 전체회의, 9월 24일 법안심사1소위에 상정됐다. 그러나 소위 상정 이후 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서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가 어려운 상황까지 몰렸다.
박 시장은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해 민주당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부산시민들을 홀대하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민주당이 수도권 정당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발언이다.
박 시장은 “지역에서 균형발전을 위해 얼마나 몸부림치는지에 대해 (민주당의)인식이 없다”면서 “법안을 순서대로 처리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것은 발목잡기이자 정쟁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산시민들의 자존심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330만 시민의 요구가 그렇게 가볍나. 공청회조차 열지 못한다는 말인가”라며 “법안 처리에는 속도라는 게 있는데 공청회도 못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이 이처럼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야당이 법안 처리에 형평을 잃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대한 신속히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한 ‘간토 대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의 경우 글로벌특별법과 처리 속도가 다르다. 간토 특별법은 글로벌특별법보다 늦은 7월 31일 발의됐고 11월 20일 행안위 전체회의와 법안소위에 상정됐으나 27일 곧바로 입법공청회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법안소위 위원인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간토 특별법의 경우 여야 합의가 된 사안도 아니고 법안 발의도 늦었는데 법안소위에서 공청회까지 초고속으로 진행했다”면서 “글로벌특별법은 제대로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민주당 관심 법안만 처리한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특별법 입법 공방전에 박 시장까지 ‘참전’하면서 정치권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특히 민주당 행안위 간사인 윤건영 의원이 박 시장의 천막농성과 피켓시위에 대해 “입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행안위에 상정된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남특별자치도법 등 다수 특별자치도법 제정·개정안을 병행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특별법의 입법공청회 일정도 다른 특별법의 법안심사 속도를 감안해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박 시장과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앞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은 대응 방법에 대해선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정부, 여당과의 협의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고 중점 처리 법안 목록에도 올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야당이 법안 처리에 협조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