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에 이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3인방의 선택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잠재적인 ‘대권 후보군’에 속하는 이들은 ‘친윤(친윤석열)’ 혹은 ‘비윤’ 행보로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탄핵 국면에서도 일관되게 친윤 행보를 이어가며 탄핵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홍 시장은 특히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윤 대통령와 단절’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을 거친 언어로 비판했다.
홍 시장은 지난 25일 SNS를 통해 “한 모와 유 모는 둘 다 자기 주군의 탄핵을 초래한 배신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에 대해 “레밍(집단자살 습성이 있는 나그네쥐)이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지 않고 배신자가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지 않는다”면서 “배신자는 영원히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12·3 계엄사태 이후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 혐의는 내란죄가 아닌 직권남용죄 정도”라면서 탄핵에 찬성한 일부 친한(한동훈)계를 겨냥, “탄핵 찬성 전도사들은 당원권 정지 2년 정도는 해야 당의 기강이 잡히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이 탄핵 반대를 외치면서 ‘비윤계 때리기’에 집중하는 데 대해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 보수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오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에서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는 지난 12일 SNS를 통해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도 “계엄 여파에 대해 (국민들의)걱정도 많으시고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인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우리 당이 빨리 입장을 정리해서 사과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특히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도 “당당하려면 임명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의 이런 주장에 대해선 중도층 민심까지 고려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시장과 오 시장의 상반된 전략은 대구와 서울의 민심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의 경우 12·3 비상 계엄 이후 추락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근 소폭 반등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0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대구·경북(T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 주 전보다 8.1%포인트(P) 상승한 47.9%를 기록해, 민주당(33.6%)을 앞섰다. 반면 서울에서는 지지율이 2.1%P 하락한 25.8%로 민주당(49.5%)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홍 시장과 오 시장이 이처럼 상반된 전략을 펴는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당도 탄핵 정국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의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후 탄핵 정국에서 개별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또다시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는 일이 발생했다”며 “부산시장으로서 국민들께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전부다.
박 시장은 그러나 연말 종합편성 TV 토론 프로그램에 연속 출연하면서 탄핵 정국의 해법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박 시장은 ‘보수 패널’로 섭외돼 국민의힘을 ‘방어’하는 입장에 설 가능성이 높다. 박 시장이 윤 대통령 탄핵 등 현안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경우 ‘대권 경쟁자’로서의 존재감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