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두고 온 휴대전화 없어졌다면 다음 이용자가 훔친걸까… 법원 판단은

입력 : 2025-03-21 12: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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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이미지투데이 제공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이미지투데이 제공

화장실에 두고 나온 인물의 휴대전화를 훔쳤다고 의심받은 다음 이용자가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단을 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단독은 절도 혐의로 기소된 여성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3년 8월 14일 휴가차 가족과 제주도를 여행하던 중 제주시의 한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2층 화장실을 사용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A 씨는 잠시 후 한 여성(피해자)으로부터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를 보지 못했냐'는 추궁을 들었다.

이는 절도 논란으로 이어졌고, 검찰은 피해자가 화장실에 두고 온 150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기를 절취한 것으로 보고 A 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화장실을 나온 직후 곧이어 A 씨가 해당 화장실을 사용했고, 카페 내 다른 장소들을 확인했으나 휴대전화를 찾지 못했다"면서 "피해자 다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간 A 씨가 전화기를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다만 커피숍 화장실 내에 CCTV가 없어 범행 장면이 담긴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

여러 사정을 살핀 재판부는 A 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A 씨는 가방을 자리에 둔 채 화장실에 들어갔고, 주머니가 없는 몸에 밀착된 원피스를 입고 있어 전화기를 숨길 만한 곳이 없다고 봤다.

또 수차례 찾아와 추궁하는 피해자에게 A 씨는 가방 안까지 보여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씨가 카페를 떠날 때 몸을 앞쪽으로 약간 구부린 자세로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 찍힌 외부 CCTV 장면을 통해 '원피스 안에 휴대전화를 숨겼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A 씨는 "평소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생리 기간이 겹쳐 복부 통증으로 그 같은 자세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이를 증명할 생리 주기표와 병원 처방 내용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재판부는 "범죄 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들게 할 증거가 없다면 유죄가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절취했다면 가급적 현장을 빨리 이탈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화장실 사용 후에도 상당 시간 머무르며 카페를 이탈하지 않았고, 이미 2대의 휴대전화기를 가진 피고인의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범행 동기를 찾기 힘들다"며 "카페 내 많은 이용객 중 제3자가 전화기를 가져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무죄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1심 판단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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