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간의 숨가쁜 레이스가 끝나고,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전임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12·3 비상계엄’ 선포가 부른 예기치 않은 3년 만의 대선이다.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탄핵 결정으로 시작된 이번 대선의 정서는 계엄 심판이었고, 이에 따라 ‘정권 교체’ 여론이 선거전 내내 ‘정권 연장’ 여론을 앞섰다. ‘깜깜이’ 기간에 돌입하기 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1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유지했다. 역대 두 번째(31.3%)로 높았던 사전투표 열기가 ‘호고영저’로 뚜렷하게 나뉜 것 또한 이런 선거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날 본투표에서 보수의 막판 결집 여부가 이번 대선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3년 전 대선을 규정하는 키워드는 ‘최악의 비호감 선거’였다. 그런데 이번 대선도 그에 못지 않았다. 계엄에 대한 공동 책임을 비켜갈 수 없는 기존 여당에 대한 심판론 못지 않게 각종 ‘사법 리스크’와 다수 의석을 동원한 ‘방탄’ 행보를 펼친 이 후보에 대한 반감도 높았다. 진영 대립의 고착화로 이번 대선 역시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사법부 판결과 ‘후보 단일화’ 등 정치 공학적 변수와 네거티브 공방이 선거 전반을 지배했다. 최선보다는 차악을 고르는 게 선거라고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답이 없는 시험지를 받아든 듯 답답한 심경으로 투표장으로 향해야 할 처지다. 정치권 전체의 통절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그러나 이제 4일 새 아침이 밝으면 새 정부가 곧바로 들어서고, 대한민국호는 5년의 항해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맞이할 국내외 현실은 엄중하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여파로 경제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고, 미·중 대립의 격화 속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 등 외교·안보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갈라진 국론을 하나로 모아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나가는 것이 새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임은 명확하다.
새 대통령은 이런 국민 전체의 뜻을 받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투표를 통해 민심이 명확하게 표출돼야 한다. 6·3 대선 투표는 3일 오전 6시부터 전국 1만 4295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이날 투표는 오후 8시까지 진행되며, 이후 개표작업에 들어가 이르면 자정께 당선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달 29∼30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34.74%를 기록해 최종 투표율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일 부산과 서울 등 전략 지역을 돌며 한 표를 호소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성남을 찾아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다시 받게 된다면 내란수괴 윤석열이 상왕으로 되돌아와서 이 나라를 다시 지배하게 된다”며 ‘내란 심판’을 강조하면서 “실천으로 성과를 만들어 온 유능한 일꾼 이재명이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부산역 유세에서 “저와 국민의힘은 있어서는 안 될 비상계엄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면서 이 후보를 겨냥해 “감옥에 갈 처지에서 기사회생해 이제는 대한민국 모든 권력을 다 장악하며 히틀러식 총통 독재를 하려는 것을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대구·경북을 찾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대한민국의 미래, 보수의 생존, 젊은 세대의 희망을 위해 여러분의 결단을 부탁드린다”며 ‘보수의 미래’에 한 표를 던져달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