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와 금정구에서 ‘무자본 갭투자’로 84억 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1심 법원이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바지 사장으로 범행에 가담한 30대 남성 2명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정왕현 부장판사는 11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5년, 30대 남성인 B 씨와 C 씨에게 징역 9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2019년 1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금정구와 수영구 오피스텔 3채를 산 뒤 68세대에게 받은 임대차 보증금 약 84억 7450만 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기를 당한 임차인들은 대부분 20~30대 사회 초년생으로 1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떼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일당은 임차인들에게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해 보증금을 문제없이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깡통주택’이라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1심 재판부는 2건 이상 사기를 저지른 A 씨에게 경합범 가중 처벌로 법정 최대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도 전세 사기 주범인 A 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고, 바지 사장 역할을 맡은 B 씨와 C 씨에게는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B 씨와 C 씨에게 건물 소개를 해주거나 투자를 받았을 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한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부산에 연고가 없는 B 씨와 C 씨에게 내려오라고 권유했고, 부산에 오자마자 매수할 건물을 알려주고 계약 조건을 조율했다”며 “B 씨와 C 씨는 계약서 작성만 했을 뿐 A 씨가 주요한 과정을 모두 준비하고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건물 임대는 A 씨 배우자가 운영하는 부동산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며 “B 씨와 C 씨 계좌에서 29억 원 넘는 돈이 A 씨 계좌에 입금됐고, 11억 원 넘는 돈이 A 씨 배우자 계좌에 입금됐다”고 밝혔다. 이어 “A 씨가 B 씨와 C 씨에게 반대로 입금한 돈을 제하더라도 16억 원이 넘는다”며 “이러한 돈은 A 씨가 추진하던 오피스텔 신축 사업 자금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산적,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준 피고인들에게 사회에 큰 해악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힘겹게 모으거나 대출받은 돈을 그대로 잃어버릴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했다”며 “불안과 자책 등 정신적으로도 큰 피해를 입은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으로 새 건물을 짓고 고가의 차량을 타거나 코인 투자를 했다”며 “이 사건 범행 해악은 심대하다”고 말했다.
특히 A 씨에 대해서는 “범행 수익 대부분을 취득한 것으로 보이나 범행을 부인하고만 있고 죄를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며 “형법상 사기죄로 사기죄 경합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B 씨와 C 씨에 대해선 “매매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금전 관리도 했기에 범행 가담 정도가 적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B 씨와 C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