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이 사업 추진 10여 년 만에 시민들과 만난다.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내에 위치해 벌써부터 '숲속의 공연장'이란 별칭을 얻었는데, 시민과 음악을 가까이 연결하는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콘서트홀은 국립극장 부산분원으로 출발해 20일 지역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개관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콘서트홀의 역사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 문화계와 정치권에서 부산에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국립극장 부산분원을 유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2012년 ‘부산국립극장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실시하며 사업이 시작됐다. 이후 2014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2015년 지방재정 투자심사 등을 거치며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으로 사업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아트센터가 외국에서는 ‘미술관’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시민 공모를 통해 2023년 ‘부산콘서트홀’로 명칭이 결정됐다.
특히 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을 부산콘서트홀·부산오페라하우스(2027년 개관 예정) 예술감독으로 위촉하면서 주목도를 높였다. 정명훈은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에 대한 박형준 부산시장의 진정성에 설득당했고, 그래서 내가 태어난 부산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정명훈이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동양인 최초 예술감독으로 선임되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이후 두 나라 오페라극장의 발전적 협업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부산콘서트홀 개관은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높이고, 클래식 공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의 예술교육 인프라를 점검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먼저 21일 막을 올리는 개관 페스티벌 때 정명훈과 조성진, 선우예권 같은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 이어 9월에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 필하모닉, 10월에는 런던 필하모닉, 11월에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가 각각 부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처럼 부산콘서트홀은 세계 음악의 최신 흐름을 부산 시민에 전할 예술의 관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非)수도권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처음으로 설치된 파이프오르간도 공연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30억 원의 예산으로 독일의 프레브러거(Freiburger)사와 계약을 맺고, 28개월이라는 제작 기간을 거쳐 부산으로 옮겨 왔다. 악기 폭은 16m, 높이는 14m에 달해 시각적으로도 압도당할 정도다.
건축적으로도 다양한 시도가 더해졌다. 외관은 넘실거리는 파도 위를 떠나는 배의 형상을 닮아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해 부산의 새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다. 공연장 안에 들어서면 로비에서 콘서트홀 안을 볼 수 있는 통창과 마주하게 된다. 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소통의 공간임을 드러낸다. 공연이 시작되면 차단막으로 가리지만, 공연이 없을 때는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부산콘서트홀의 개관이 단순한 물리적 공연 공간의 확장을 넘어, 부산 공연예술의 질적 도약을 이끌어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지역 음악계와의 관계 설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개막 페스티벌에서 부산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한 지역 연주단체들이 배제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오는 2027년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각 공연장과 예술 단체들이 상호 보완적 관계 속에서 조화롭게 역할 분담을 하고, 부산시가 이를 전략적으로 뒷받침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