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부산 서면에 조성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중앙버스전용차로(BRT) 조성 등을 이유로 4년 넘게 단속이 중단된 채로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면 핵심 상권에 자리 잡은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 향후 운영 방향을 확실히 정하지 못해 인근 상인,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한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진구 동천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2021년 5월 1일 이후 4년 넘게 단속이 중단된 상태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부전동 더샵 센트럴스타 아파트와 옛 NC백화점 서면점 사이 동천로 740m 구간에 시내버스 전용 도로이자 보행자 친화 구역으로 조성된 구역이다.
지구는 2015년 조성됐는데, 당시 대중교통 활성화와 보행 편의를 목적으로 사업비 94억 원을 들여 기존 왕복 4차로인 차로를 2차로로 줄이고 2.5~3m인 인도 폭도 6m로 대폭 넓혀 만들어졌다. 기존 중앙대로를 이용하는 시내버스 노선을 이곳으로 옮기면 유동 인구가 늘고 전포동 일대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이곳을 지나는 시내·마을버스 노선은 총 14개다.
하지만 2021년 5월부터 인근 중앙대로 BRT 공사에 따른 차량 정체 해소를 위해 단속이 중단됐고 이후 4년 넘게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BRT 완공 이후 교통량을 중앙대로가 소화하지 못하면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동천로 일대가 이를 분담하는 우회도로로 활용됐다. 실질적인 기능 없이 안내판 보수 등의 명목으로 매년 수백만 원의 유지비만 지출되고 있다.
현재 대중교통전용지구 진입로에는 ‘단속 일시 해제’라는 문구가 적힌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단속 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대를 일반 차량도 자유롭게 지나고 있어 대중교통전용지구 이름은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해당 지역 구청과 인근 상인들은 4년째 단속조차 하지 않고 이름만 남은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요구한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알리면 침체된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부산진구청은 이들의 민원을 토대로 부산시에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건의했다. 한 상인은 “명목만 남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고 상권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BRT 조성 당시 실시한 용역에서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채 단속 유예만 하고 있다. 시는 지구 해제 시 줄였던 차로를 다시 늘리는 과정에서 보행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든다. 하지만 단속 중단 이후 일반 차량이 자유롭게 다녀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본 취지가 무색한 현재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이 약하다.
전국적으로도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지정 해제되는 추세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는 올해 1월 1일 상권 활성화 등을 이유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지정 해제됐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단속은 유예하고 있지만 현재도 통행량을 모니터링하며 BRT 개통 이후 우회도로로서 교통량 분산 효과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지구 해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