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산다는 건… 내 존재·감정 인정하기

입력 : 2025-06-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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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어/서수인
조개 엄마 뱃속서 나온 생명체
진주 못 돼도 빛나는 법 깨달아

■눈물 박물관/황센야
추억 담긴 눈물 전시하는 곳
친구 위해 눈물 모으기 작전

<나는 문어> 속 삽화 이미지. 위즈덤하우스 제공 <나는 문어> 속 삽화 이미지. 위즈덤하우스 제공

요즘 어린이 그림책에 빠진 어른이 많다. 과거에는 자녀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림책을 읽는 어른이 많았다면, 지금은 그림책 그 자체의 매력이 좋아 그림책을 수집하고 있다. 한 줄의 글도 없이 그림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담기도 하고, 유쾌한 일화에 웃다가 마지막에 다가오는 감동적인 메시지에 뭉클해지기도 한다. 아예 어른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도 많이 나오지만, 어린이 그림책 특유의 차별화된 장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기발한 발상과 따뜻한 메시지가 돋보이는 그림책 2권을 소개한다.

핑크색 문어 그림이 무척 사랑스러운 <나는 문어>. 동요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초통령’으로 등극했던 안예은 가수의 ‘문어의 꿈’이 생각나는 제목이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조개 엄마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기원하며 진주 아기를 기다린다. 마침내 아기가 태어났고, 보통 진주와 모습이 약간 다르지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다. 학교 갈 나이가 되자 다른 아이들처럼 진주 학교에 입학해 예쁜 진주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 영롱한 빛을 내기 위해 문지르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지만, 다른 친구처럼 되지 않는다. 속상한 마음에 크게 한숨을 쉬자, 갑자기 입에서 검은색 물이 쏟아져 나오고 교실은 엉망이 된다. 점박이가 된 친구, 온 몸이 검은색으로 변한 친구 등 모양이 변했지만, 친구들은 오히려 자기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좋아한다. 진주라고 생각했던 자신은 핑크색 문어였고, 오히려 재미있는 친구로 인정받는다. 검정 물이 빠지지 않은 상태로 집에 돌아갔지만, 엄마에겐 어떤 모습이든 사랑스러운 아이이다.

저자는 자신의 꿈에서 이야기의 씨앗을 발견했다고 한다. 꿈속에서 어느 날 바다로 나갔는데 거대한 조개를 발견하고 혹시나 진주가 있을까 싶어 열었더니 흐물거리는 문어가 흘러내렸단다. 이 꿈을 통해 작가는 나다움에 관한 통찰을 깨닫는다. 진주로서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기준과 다르지만, 긴 다리를 뻗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문어의 모습은 오히려 진주 친구에게 인기를 얻고 즐거움을 준다.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긍정한다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있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청명한 바닷속 풍경과 싱그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만화식 구성과 회화 그림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솜씨가 대단하다. 서수인 글·그림/위즈덤하우스/48쪽/1만 7500원.

<눈물 박물관> 속 삽화. 파란자전거 제공 <눈물 박물관> 속 삽화. 파란자전거 제공

대만 그림책 <눈물 박물관>은 ‘눈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울면 안되고, 울보는 자주 친구에게 놀림을 당하고, 우는 건 어린아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넘어져도 울지 말고, 씩씩하게 일어나 달려야 하고, 울고 싶어도 꾹 참는 것이 대견하다고 칭찬받는다. 그러나 눈물은 솔직한 감정의 표현이자, 나와 타인을 들여다보는 창문이 되기도 한다.

책에선 오래전 많은 이들이 흘린 눈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소개한다. 구경 온 동물들이 전시된 눈물을 자신의 눈에 넣으면 어린 시절 울었던 추억이 떠오르게 된다.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그리운 가족, 옛 친구, 자신이 좋아했던 장난감까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이 박물관에 관객이 몰린다. 어느 날 눈물 박물관에 눈물이 다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표범 피오가 남은 눈물들을 모두 다 넣었고 눈물이 없는 박물관은 운영될 수가 없었다. 지난해 돌아가신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던 피오는 매일 박물관을 찾아 눈물을 넣었다는 것이다. 피오의 사연을 알게 된 동물들은 모두 피오를 위해 눈물을 모으기로 한다. 동물들이 모아온 눈물은 이상하게도 알록달록 신기한 색깔이다. 알고 보니 어떤 동물은 슬퍼서 울었지만, 어떤 동물은 행복해서 울었고, 어떤 동물은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왔다. 회사에서 일하던 원숭이 아저씨는 지루해서 하품하다가 나온 눈물을 들고 왔다. 그런데 다양한 사연이 담긴 눈물을 모으니 오색찬란한 눈물 통이 완성되었고 박물관도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책은 다양한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알려준다. 울 수 있다는 건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자기 모습조차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황센야 글·그림, 조은 옮김/파란자전거/42쪽/1만 6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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