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10대 3명이 함께 숨진 사건을 두고 숨진 학생들의 학교 생활, 학교 운영과 관련해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다. 같은 학교 학생, 학부모들은 경찰과 교육 당국이 학생들이 숨진 당일 동선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숨진 그날 무슨 일이?
3명의 학교 친구들과 유족들에 따르면 이들은 부산 지역의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공부하던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늘 항상 함께 다니며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는 존재였다는 게 친구들과 학부모 등 주변의 공통된 기억이다.
이들은 숨진 전날인 20일 정상적으로 등교해 학교 수업에 참여했다. 단축 수업으로 인해 오후 3시 30분에 학교를 마쳤고 이후 학교 인근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도 함께 갔다.
같은 날 저녁 한 학생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남기고 SNS의 게시물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생은 오후 8시 37분께 할머니, 할아버지와 통화했고, 오후 9시 30분께 엄마에게 전화해 “카페에서 공부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10시 7분께 아빠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또 다른 학생의 경우 오후 6시께 학원에서 “아이가 오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고 엄마가 전화를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엄마가 오후 7시께 보낸 편의점 기프티콘 메시지에는 ‘좋아요’ 표시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자정까지 귀가하지 않자 다시 연락을 시도했고, 그제서야 ‘사랑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남긴 채 연락이 끊겼다.
일부 같은 전공 학생들은 전날 전공 수업 도중 전임 강사 A 씨가 숨진 학생들 중 한 학생의 수업 태도를 문제 삼으며 “그런 식으로 할 거면 뒤로 가고 하지 말라”는 취지의 훈계를 했다고 증언했다.
숨진 학생들이 지난 3월 새로 부임한 전임 강사와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같은 학년 학생인 B 양은 “학생들이 전임 강사 A 씨에게 전공 수업 시간에 자습 시간을 요구했고 이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며 “숨진 친구들은 실기 수업에 자주 참여를 안했는데 A 씨가 따로 불러서 아이들을 혼낸 적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C 씨는 “강사가 아이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자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관련 자료를 모아 고소를 준비를 하고 있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교육청 조사 어떻게?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변사 사건으로 보지 않고 학생들의 죽음과 재단 운영 문제 등 전반적인 의혹을 들여다 볼 방침이다. 현재 유족들이 파악하지 못한 오후 7시부터 학생들이 숨진 오후 11시 40분대까지의 동선과 일부 학부모들이 제기하는 숨진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폭넓게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22일 유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유족 진술을 토대로 의혹의 실체를 파악하는 한편, A 씨에 대한 고발 관련 내용과 교육청에 접수된 투서·민원 등도 확인 중이다. 관련 사실관계에 따라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부산일보〉 취재진은 학생·학부모의 의혹 제기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전임 강사 A 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전임강사 A 씨에 대해 금정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며, 해운대경찰서 역시 단순 변사로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관련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은 김석준 교육감 취임 이후 해당 학교와 관련된 민원을 다수 접수했고, 운영 구조 개편을 준비해 왔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은 사학 재단의 뿌리 깊은 악습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기존 관선 이사들이 최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시교육청은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 새 이사 후보를 이미 추천한 상태다. 새 이사진이 선임되면 학부모, 학생들이 제기하는 의혹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대대적인 학사 구조와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학부모를 중심으로 이번 학생 사망과 관련돼 제기되는 의혹들을 파악해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