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권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조경태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하며 레이스에 불을 지폈다. 김문수 전 대선후보는 물밑에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고, 한동훈 전 대표는 출마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이 오는 8월 예정된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조 의원은 7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거의 해체 수준의 혁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아주 단호한 혁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어야 한다”며 “비상계엄에 반대한 제가 적격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의원은 △당헌·당규 개정 △인적쇄신위원회 설치 △공천 시스템 변화 △디지털 AI 정당 운영 △청년·중도층 확장 △대국민 소통 창구 확대 등 6가지 개혁안을 제시했다.
그는 “혁신 의지가 확고한 사람이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비상계엄을 옹호하거나 탄핵을 반대했던 사람들로는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김문수 전 대선후보는 그런 점에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전국적인 지지 기반을, 특히 중도층의 지지기반을 확장할 수 있는 인물은 저 조경태”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는 부산이라고 본다. 부산 중에서도 특히 서부산이 핵심”이라며 “서부산을 묵묵히 지켜 온 조경태가 개혁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며 “저는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 국민의힘 혁신 당대표가 되기 위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다. 하지만 혁신위원장 내정자로서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국민들께 혁신의 의지를 보여드리기 위해 먼저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판단 아래, 비대위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김 전 후보는 오는 15일 서울 지역 원외 당협위원장 20여 명과 비공개 오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일 서울희망포럼 강연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 맞서 내가 싸우겠다”며 “국민이나 당이 위축될 때 침묵하지 않고 말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미래전략기획관을 지낸 장성민 전 의원도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장 전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선국후당,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당대표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무너져가는 나라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잠재 후보군으로는 김민석 국무총리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농성을 벌였던 나경원 의원이 거론된다.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는 한동훈 전 대표다. 한 전 대표는 주변의 의견을 들으며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당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은 크지만,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의 견제가 다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부담으로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의 책임을 지게 되면서 임기가 사실상 1년에 불과하다는 점도 출마 결정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