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영감이 오늘 동사무소 가면 된다고 했는데 왜 내일 다시 오래? 오늘부터 소비쿠폰 받는 거 아니야?”
21일 오전 9시 부산 금정구 서3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김길순(83) 씨는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리며 말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첫 주(21~25일)에는 출생 연도 끝자리 5부제가 적용돼 끝자리가 1, 6인 시민이 신청 대상이었으나 일부 시민들이 이를 미처 알지 못한 채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혼선이 이어졌다. 서구의 한 주민센터에서는 1시간 동안 주민 100여 명이 찾았으나 40명이 넘는 주민이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이 시작된 첫날, 부산의 행정복지센터들은 고령층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민센터가 문을 열기 전인 오전 8시부터 이른바 ‘오픈런’이 벌어졌고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제를 모른 채 무작정 센터를 찾은 시민들로 인해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와 일부 카드사·은행 앱도 접속자가 몰리며 먹통이 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소비쿠폰 대란’이 이어졌다.
21일 오전 8시 50분 부산 금정구 서3동 행정복지센터 4층 다목적홀 대기석은 업무 개시 10분 전에 이미 만석이었다. 센터 엘리베이터 앞에 안전요원이 배치돼 한 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관리하기도 했다.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되자 관련 민원도 쏟아졌다. 서구 초장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한 노인은 당장 소비쿠폰을 사용하고 싶다며 현급 지급 날짜를 물었다. 센터 직원은 해당 카드는 선불카드라 지급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반복했다. 이날 행정복지센터가 준비한 카드 150장 중 50장이 1시간 만에 동났다.
대리 지급이 가능한지 묻는 시민도 많았다. 배우자의 소비쿠폰을 대신 받으러 왔다는 한 시민은 필요한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발걸음을 돌렸다. 본인의 생년월일 끝자리가 1, 6에 해당한다며 끝자리가 다른 아들의 소비쿠폰을 대신 지급받겠다는 이도 있었다.
일부 주민센터에서는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며 주민 수요에 대비했지만 일상 업무를 볼 수 없을만큼 북새통을 이뤘다. 소비쿠폰 발행 관련 민원 전화로 오전에만 수 십통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혼선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NH스마트뱅킹 앱 내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대기자는 1만 409명에 달했다. 대기 시간이 10분을 넘기기도 했다. 신한, KB 등 일부 카드사 앱에서도 동시 접속자가 많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도 먹통이 됐다. 홈페이지에는 ‘서비스 접속 대기 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지금은 사용자가 많아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잠시 후 다시 접속해 주시기 바란다.’는 안내문이 공지됐다.
이날 낮 12시 기준 부산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자는 26만 명을 기록했다. 경기도 111만 명, 서울 73만 명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과거 코로나 팬데믹 당시 국민지원금보다 신청 속도가 빠르다.
소비쿠폰 1차 지급은 오는 9월 12일 오후 6시까지 약 8주간 1차 신청이 이어지는데 이달까지는 신청자가 몰리는 ‘소비쿠폰 대란’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부산은행의 한 지점 관계자는 “소비쿠폰 신청자가 비대면과 대면을 가리지 않고 몰리며 대기자가 계속 발생했다”며 “고객 편의를 위해 소비쿠폰 지급 기간 인력 충원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