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 대목 어디 가고… 붕장어의 눈물

입력 : 2025-07-22 17:49:19 수정 : 2025-07-23 08: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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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붕장어 어획량 급감에
위판 가격까지 예년만 못해
생산자 근해통발업계 울상
젊은층 기피에 인기도 시들

근해통발수협 위판장에서 붕장어 경매 준비가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근해통발수협 위판장에서 붕장어 경매 준비가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여름이면 없어서 못 팔았는데, 요즘엔 있는 것도 못 팔 지경입니다.”

먼바다에서 바닷장어(붕장어)를 잡는 근해통발업계가 울상이다. 끝 모를 경기 침체와 고물가 후유증으로 가뜩이나 소비 시장이 냉골인 상황에, 보양식 인기마저 시들해지면서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는 여름철 특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이상 기후 여파로 어획량은 급감하는데, 값은 되레 뒷걸음질 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어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근해통발수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붕장어 위판량은 701t이다. 동기 기준으로 지난 5년을 통틀어 최악의 부진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148t) 대비 60% 수준, 업황이 괜찮았던 2023년(1512t)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번 달도 22일 현재, 작년 동기(136t)보다 40%가량 감소한 86t에 그치고 있다.

어획량이 줄면 단가라도 좋아야 하는데, 실상은 딴판이다. 6월까지 평균 단가는 지난해 9063원에서 올해 9988원으로 10% 남짓 인상에 그쳤다.

수협 관계자는 “이맘때 주로 서해를 중심으로 조업하는데, 이상 기후에 수온이 들쭉날쭉하면서 조업이 여의치 않다”면서 “단가도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근해통발업계에 7~8월은 연중 최대 성수기다. 바닷장어가 원기 회복에 좋은 수산물로 정평이나 여름이면 닭·오리와 함께 보양식 재료로 각광받아서다. 소비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르고, 생산량도 늘어난다.

하지만 올해는 모든 게 비수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통 바닷장어는 펄펄 끓는 탕이나 육고기처럼 불에 구워 먹는다. 이열치열이다. 그러나 식습관 변화로 이런 문화가 사라지는 추세다.

평소에도 붕장어탕을 즐긴다는 한 40대 직장인은 “더위로 숨이 막힐 지경에 뜨거운 국물을 들이켤 엄두가 나지 않아 올여름엔 입에도 안 댔다. 한 번은 회사 회식을 장어구이로 잡았다가 ‘이 더운데 무슨 사서 고생이냐’며 핀잔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근해통발수협 위판장에서 붕장어 경매 준비가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근해통발수협 위판장에서 붕장어 경매 준비가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여기에 경기 위축 장기화로 피서철 유동 인구마저 크게 줄면서 시장은 더 쪼그라들고 있다. 수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름이면 없어서 못 파는 게 장어인데 요즘은 성수기라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라며 “그나마 소비가 되는 수도권도 민물장어를 선호하다 보니 붕장어는 판로가 마땅찮은 실정”이라고 했다.

식당가도 비상이다. 붕장어 전문 식당업주도 “작년엔 저녁 시간이면 홀이 거의 찼는데, 올해는 1~2테이블 받는 날이 예사다. 여름에 이렇게 장사가 안되면 한 해를 버티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그나마 버텨주던 일본 수출시장도 신통치 않다. 붕장어는 통영 지역 근해통발어선이 국내 총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중 절반 정도가 내수시장에 풀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된다. 일본인들은 붕장어를 ‘아나고’라 부르며 덮밥으로 즐겨 먹는다. 그런데 일본 역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산물 소비가 줄면서 붕장어 시장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다.

수협이 나서 간편식과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유의미한 반전을 끌어내긴 역부족이다. 견디다 못한 업계는 당분간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시식회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런 이벤트는 그동안 비수기인 가을과 겨울에 주로 했었다.

근해통발수협 관계자는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다. 더위가 꺾이면 완전 비수기로 접어들 텐데 소비는 살아날 조짐이 없어 어민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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