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른바 ‘빈손 회동’ 후 4개월여 만인 25일 재회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이날 단 한 번의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하며 머쓱한 상황이 연출됐다. 일부 참석자들이 부산으로 이전하는 해양수산부 직원들의 지원책과 관련해 박 시장의 견해를 듣고 싶다고 밝혔지만 마이크는 끝내 그의 손에 쥐어지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산 남구 부경대에서 ‘부산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관련 해양, 수산 등 업계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참석했으며 특히 앞선 충청권 타운홀미팅 때와 달리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인 박 시장이 초청을 받아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이목을 끌었다.
이번 행사장에 앞선 가장 최근의 이 대통령과 박 시장 만남은 지난 3월 6일 이른바 ‘빈손 회동’에서였다. 서로 각자의 주장만 쏟아냈던 당시와는 달리 이번엔 해수부 이전 외에 HMM 부산 이전, 수산 담당 2차관 신설 등 다양한 지역 현안들에 대해 시민들 사이에서 이 대통령과 박 시장 간 의견 교류가 오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박 시장은 발언권을 얻지 못해 2시간가량 침묵을 지켜야만 했다. 부산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기 위해 마련된 이번 타운홀미팅에서 한 참석자가 부산시의 입장을 물었지만 박 시장은 답변 시간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부산으로 이전을 앞둔 윤병철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해양수산부지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장관에게 (해수부)연내 갈 수 있죠’라고 물어보니 가슴이 철렁했다”며 “박 시장이 왔는데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해수부를 위해서 ‘다해주겠다’가 아닌 ‘어떠어떠한 것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싶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윤 위원장의 발언 직후 “(박 시장이)해수부 직원들이 부산으로 이전을 하면 각종 지원 정책을 하시겠다고 언론에 말씀하신 것을 제가 봤다”며 “언제 시간 되면 당연히 하겠지만 나중에 따로 한번 시간을 내서 (노조 측에 지원 방안 등을)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 면담을 진행해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같이 의논해 달라”는 말로 박 시장의 답변을 갈음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과정에서 박 시장이 뒤이어 답변을 준비하려는 듯 마이크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최종적으로 발언권을 얻지 못하며 다시 손을 내려놓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참석자가 박 시장의 답변을 듣고 싶다고 직접 언급했지만 발언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며 “말 그대로 행사에서 들러리로 세운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지역위원장 등 부산 민주당 관계자와 지지층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과연 지역의 목소리를 듣고 간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이번 타운홀미팅을 평가절하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