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예상 밖 '찰떡 케미' 성과… '트럼프 청구서'는 숙제로

입력 : 2025-08-26 16:03:43 수정 : 2025-08-26 16:05:48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이 대통령, 트럼프와 합 맞추며 우려 불식
북미 대화 美 의지 끌어내고 한미일 동맹 강화
"통상 분야 안정화, 동맹 현대화, 협력 분야 개척"
다만 '트럼프 청구서'는 여전히 안갯속
난제로 꼽힌 사안들 대부분 협의 '진행 중'
한미 회담서 매듭 못 지으며 이재명 정부 숙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난항이 예상됐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북미 대화 의지를 끌어내고, 한미일 안보·경제 동맹 강화를 견인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대신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 카드를 꺼내고 무기·에너지 구매를 압박해 오면서 부채도 일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농축수산물 개방 확대와 동맹 현대화 등 주요 사안들을 회담에서 매듭 짓지 못해 ‘트럼프 청구서’는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이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국내 정치권의 우려를 떨치고 트럼프 대통령과 보란 듯이 합을 맞췄다. 이 대통령은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해 일본을 먼저 찾아 걱정하실 문제를 다 정리했다”고 말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샀다. 이 대통령이 미국 다우존스 지수 최고치 경신, 글로벌 평화 구축 핵심 역할 등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자 한미 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당초 이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르기 전부터 이날 회담 시작 직전까지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우려는 적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일 정상회담을 뛰어넘고 곧바로 미국으로 향하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등 ‘3실장’이 방미 일정에 총동원되면서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듯하다”는 등의 폭탄 발언까지 하면서 회담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지는 형국이었다. 이같은 우려 속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른바 ‘찰떡 케미’를 보이며 여러 성과를 낸 셈이다.

큰 틀에서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를 끌어냈고, 한미일 동맹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재확인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은 미국 정부 일각의 ‘반미’ 이미지도 씻어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대통령실은 한미 경제·통상 분야의 안정화와 한미 동맹 현대화, 새로운 협력 분야에서의 개척 세 분야의 목표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실한 신임을 얻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친필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트럼프 청구서’는 물론, 주된 의제들에 대한 교통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농축수산물 추가 개방 등 통상 세부 협상과 동맹 현대화, 한미 간 원자력 분야 협력 확대 방안 등은 여전히 논의 진행 단계다. 이날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상이 별도의 합의문을 채택하지 않으면서 난제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실무 차원에서 진행 중이라는 의미이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회담 이후 프레스센터 브리핑을 통해 “통상 협의가 안정화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국익을 위해 우리 쪽 안을 요구하고, 미국도 미국이 구상한 쪽으로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농수산물 개방 등에 대한 불안 요인이 여전한 이유다. 이외에도 미국은 에너지 분야 투자와 무기 구매 등 카드로 한국을 우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대해서는 이날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첫 인상을 심은 만큼, 해당 사안은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DC=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