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안 경관의 핵심인 이기대 초입에 아파트 건설을 계획했다가 지역 사회 공분으로 철수한 아이에스동서(주)(부산일보 2024년 8월 27일 자 1면 등 보도)가 1년 만에 같은 부지에 아파트 건설을 재추진해 논란이 인다. 건설사 측은 건물 동 수를 줄이는 등 지난해 설계안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경관 보존 핵심인 용적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기대 사유화 문제는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부산시와 아이에스동서(주)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주)는 남구 용호동 973 일원 2만 3857㎡ 부지에 지상 28층 2개 동 308세대 규모의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지난 6월 남구청에 신청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아파트 건설 계획 적정성을 검토하는 ‘부산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 심의’가 열릴 예정이다. 심의에서는 개발 행위, 교통 대책 전반의 적절성을 심의한다. 해당 심의를 통과한다면 남구청에서 최종적으로 사업계획 승인을 결정한다.
<부산일보>가 확보한 아파트 설계안에서 지난해 설계안과 가장 큰 차이점은 건물 규모다. 3개 동이었던 건물은 2개 동으로 줄었고, 최고 층수도 31층에서 28층으로 3개 층이 낮아졌다.
그러나 건물 용적률은 249.09%로 지난해 용적률 249.99%와 비교해 0.9%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건물 하나를 없애는 대신 기존 4호 조합에서 6호 조합으로 한 건물에 들어가는 세대 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건물 밀도를 나타내 경관 훼손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용적률이 거의 똑같다는 것은 완공 후 아파트에 가려지는 부분이 비슷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에스동서가 내놓은 공공기여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에스동서는 아파트 바로 옆에 600여 평 공개 공지를 조성하고 이기대 진입로 너비를 기존 10m에서 20m까지 넓히기로 했다. 공개 공지는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상가가 없어 사실상 입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도로 확장도 공사 차량이 드나들 때와 향후 300세대가 넘는 입주민들의 통행 편의를 고려하면 공공기여 성격으로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아이에스동서가 1년 만에 사업을 재추진한 데는 일대 환경이 아파트 조성에 우호적으로 변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설계 변경으로 수익이 줄었다는 게 아이에스동서 입장이나 1년 사이 아파트 부지와 230m 거리에 금융 특성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가 추진되는 등 사업성은 높아졌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아파트 세대수와 높이를 조금 줄인 것으로 사업의 공공성이 확보됐는지 의문”이라며 “더군다나 1년 만에 사업을 재추진하면서 지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에서도 민주성 등을 찾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아이에스동서는 이기대 경관을 고려해 ‘특별건축구역’에 준하는 기획 설계를 자체적으로 도입했다고 해명했다. 특별건축구역은 도시 일대 경관을 고려해 독창적이고 조화로운 건축물을 짓도록 장려하고 일정 규제를 풀어주는 정책이다. 실제 특별건축구역은 아니지만 돌출형 발코니와 이기대와 연결되는 듯한 단지 내 옥상 정원 등으로 경관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부지 일대가 낙후되고 방치돼 지속적으로 정비를 해 달라는 민원 요구가 많은 지역”이라며 “현재 용도상 할 수 있는 개발행위를 통해 낙후된 지역 이미지를 재창출할 필요가 있어 아파트 건설을 재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