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는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 가장 큰 힘을 가집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로 세계적 흥행을 일군 매기 강 감독이 내한해 밝힌 메시지다. 매기 강 감독은 최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 문화가 앞으로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유일한 길은 자신감 있게 우리 문화와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은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건 ‘진짜 나’”라며 “이번 작품에서도 우리 문화, 내가 가진 한국적 감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공개된 ‘케데헌’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현재 넷플리스 영어 영화 중 역대 시청 시간 2위에 올랐고, 이 같은 추이라면 이달 중 역대 1위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주제가 ‘골든’은 미국의 최대 대중음악 차트인 빌보드 ‘핫 100’에서 1위(8월 둘째주)를 기록했다. 작품의 주인공은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다. 반인간·반악귀라는 설정 속에서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서사가 중심을 이룬다.
5살에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간 강 감독은 한국적 감성과 세계 관객을 연결한 핵심 키워드로 ‘자신감’과 ‘진정성’을 강조했다. 감독은 “운 좋게도 나는 어릴 때부터 한국인 정체성이 강했고 요즘도 ‘캐나다인’이라는 부분은 잊기도 한다”며 “한국어 능력을 유지해온 덕분에 한국 문화에 훨씬 근접하게 있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인사말을 하면서도 “감독 강민지, 매기 강”이라며 한국식 이름을 먼저 소개했다.
케데헌은 극 중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가 노래를 통해 악귀를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감독은 K팝 아이돌 문화와 한국 전통, 무속 신앙 등을 녹여낸 콘텐츠가 세계를 사로잡은 비결로 ‘공감’을 꼽았다. 강 감독은 “초기 시사를 진행할 때 6살 아이도 ‘나도 친구에게 숨기고 싶은 게 있다’며 공감하는 걸 봤다”며 “결국은 이야기의 힘이고, 이것이야말로 영화가 가진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장벽을 허무는 최상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이 작품과 7년 여를 함께 했다. 그간 임신과 출산을 겪은 감독은 딸의 실제 이름 ‘루미’를 극 중 주인공인 걸그룹 헌트릭스의 리더에게 자연스럽게 붙이게 됐다고 했다. 루미의 어린 시절 목소리는 감독의 딸이 직접 맡았다. “우리 딸 루미는 자기가 유명해졌다고 엄청 좋아해요. ‘케데헌’ 루미의 어린 시절 목소리와 노래 모두 제 딸 루미가 실제 부르고, 연기했지요. 큰 녹음실에서 난생 처음 보는 어른들 앞에서도 겁 없이 노래하고 목소리 연기를 하는 딸을 보니 너무 자랑스러웠어요.(웃음)”
드림웍스, 블루스카이 등에서 활동한 강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장편 데뷔에 성공했다. 그는 “예상하지 못한 규모의 사랑을 받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후속작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트로트나 한국식 헤비메탈이나 록음악 등 한국적 음악 스타일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다음 달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관객과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