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 대통령, ‘동맹 현대화’ 과제 중 “국방비 증액” 미 요구 수용

입력 : 2025-08-26 16:27:57 수정 : 2025-08-26 16: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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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뒤 CSIS 연설에서 국방비 인상 계획 공식화
미 ‘안보 청구서’ 중 하나, 비교적 쉬운 사안 전략적 수용
인상 폭 향후 쟁점 예상…다만 주한미군 감축 우려엔 선 그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조정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인터내셔널 스튜디오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인터내셔널 스튜디오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꾸준한 요구였던 국방비 인상 계획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이어 아시아 동맹국들에 내민 이른바 ‘안보 청구서’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한미동맹 현대화’ 과제 중 우리가 수용할 사안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에서 “저와 트럼프 대통령은 ‘국익중심 실용동맹’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자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동맹을 안보환경 변화에 발맞춰 현대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규모·역할 변화부터 한국군의 역할 확대, 한국의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까지 다양한 쟁점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동맹 현대화 방법으로는 “한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대한 방위 공약과 한미 연합 방위 태세는 철통같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군의 역할 확대가 결과적으로 미군의 한국 내 역할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선을 그은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며, 2만 8500여 명의 주한미군도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 일각의 주한미군 감축 주장에도 현재 규모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국방비에 대해서는 “증액할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늘어난 국방비는 우리 군을 스마트 강군으로 육성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비 증액은 미국 측의 대표적인 요구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현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국방비 증액은 이 대통령이 먼저 적극적으로 거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국방비 증액이 “우리가 보는 동맹 현대화의 방향”이라면서 “변화하는 우리 주변 정세에 잘 대응할 수 있게 동맹을 현대화해 결과적으로 연합방위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갖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입장에서도 연합방위체제 주도를 위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역량 확보 측면에서 국방비 투자는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국방비 증액의 구체적인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아 향후 인상 폭이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자국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한다면서 동맹국들에 국방비 인상을 압박해왔고, ‘GDP 대비 5%’라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 국방예산은 61조 2469억 원으로 GDP 비중은 2.32%다. 트럼프 행정부 기준을 맞추려면 국방비를 배로 증가시켜 약 132조 원까지 늘려야 한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은 큰 틀에서 동맹 현대화에 대한 공감대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동맹 현대화의 주요 이슈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방위비 분담금 확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략성 유연성은 한반도 이외 분쟁 지역, 예컨대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개념인데, 정부는 미·중 분쟁에 직접 개입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다만 대통령실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조정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북핵 해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반도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는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 양국의 강력한 대응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 노력 병행 의지도 거듭 천명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역사에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파트너가 일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미일 협력을 긴밀히 다지면서, 3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병행하는 이른바 ‘안미경중’ 노선과 관련해 “한국이 과거처럼 이 같은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의 정책이 명확하게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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