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극계의 큰 어른 전성환 배우가 지난달 31일 타계했다. 향년 85세.
1940년 북간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1년 1·4 후퇴 때 부모를 따라 부산에 정착한 후 1963년 동생 전승환(2020년 작고)과 함께 극단 전위무대를 창단하며 본격적으로 연극인의 길을 걸었다.
극단 활동을 하며 연기에 꽃을 피운 고인은 ‘도적들의 무도회’ ‘벽’ ‘아 동래성’ ‘세일즈맨의 죽음’ ‘리어왕’ ‘혈맥’ ‘사랑의 주말별장’ ‘막차 탄 동기동창’ ‘나생문’ ‘용띠 위에 개띠’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등 수많은 작품을 남기며 대한민국 연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실향의 한과 아픔은 그의 독보적이고 절절한 내면 연기를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마흔이던 1980년 고인은 부산 연극계 초유의 모노드라마를 무대에 올렸다. 오영수의 단편소설을 직접 각색·연출한 ‘새’로, 남과 북에 갈라져 사는 조류학자 형제가 찌르레기 인식표로 간접 상봉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고인은 동생 전승환과 함께 ‘소극장 69’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지역 소극장 활성화와 젊은 연극인 배출에도 헌신했다. 부산의 소극장 연극 축제인 작강연극제에서는 그의 공을 기려 ‘전성환 연기상’을 제정하고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무대에서 쌓은 명성이 전국으로 퍼지며 2000년대 들어서는 영화와 방송 출연으로 이어졌다. 2003년 영화 ‘청풍명월’을 시작으로 2005년 주연을 맡은 영화 ‘활’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제빵왕 김탁구’(2011) 등 TV 드라마를 통해서는 특유의 친근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 많은 팬층을 확보하기도 했다. 2003년 방송을 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통신회사 광고는 요즘에도 회자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부산지부장과 부산시립극단 5인 예술감독 위원, 수석 연출, 예술감독위원장을 역임했다. 2001년 지역 연극인 최초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했으며 부산시문화상, 한국연극예술상, 눌원문화재단 향토문화상을 받았다.
장례는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진행된다. 유족으로는 아들 지웅 씨와 며느리 이혜진, 딸 지현·지인 씨가 있다. 빈소는 부산 부산진구 온종합병원장례식장 303호이며 발인은 9월 3일 진행된다. 발인 후 부산 남구 부산예술회관 로비에서 노제가 이어진다. 장지 부산 기장군 실로암공원묘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