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균형발전 시대 ‘부울경 통합’에 달렸다 [다시, 부울경 생존연대]

입력 : 2025-09-09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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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블랙홀에 지역 소멸 위기
부산, 특·광역 첫 ‘인구소멸위험’
새 정부 ‘5극 3특 정책’ 발 맞춰
760만 부울경 지역 다시 힘 합쳐
대한민국 새 성장의 거점으로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두겸 울산시장이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3회 부울경 정책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두겸 울산시장이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3회 부울경 정책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제각기 차례차례 사라질 것인가, 손잡고 같이 살아남을 것인가.

부산과 울산, 경남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소멸의 비관을 떨치고 동북아 트라이포트 허브의 희망을 말하기 위해, 수도권 일극주의의 블랙홀에서 빠져나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바퀴를 굴리기 위해 동남권은 다시 힘을 뭉쳐야 한다.

지난 6월 출범한 정부는 ‘5극(수도권·동남권·충청권·대경권·호남권 5개 초광역권) 3특(제주·강원·전북 3개 특별자치도)’ 중심의 국가균형발전을 핵심 국정 기조로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극 3특’에 정책과 재정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기존의 지방 살리기를 위한 균형발전 정책과 전혀 다른 새로운 국가 성장전략이자 투자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정책과 재정을 쏟으려면 광역단위 지방자치단체를 아우르는 행정 체제가 필요하다. 동남권은 예행 연습을 이미 했다.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는 2018년 공동협력기구 설치 합의를 시작으로 논의를 시작해 2022년 4월 전국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부울경 메가시티)’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그해 지방선거 이후 경남과 울산이 잇따라 이탈하며 2023년 1월 업무 개시 목표를 목전에 두고 공든 탑이 좌초됐다.

동남권 광역연합은 오래된 미래다. 부산·울산·경남은 본디 하나였다. 경상도에서 경상남도가 갈라졌고, 부산은 직할시로 먼저 독립한 뒤 광역시로 이름을 바꿨다. 곧이어 울산도 광역시로 승격했다. 인구와 경제력이 팽창하던 시대였다. 부산은 1995년 광역시가 되던 해부터 인구 감소세가 시작됐다. 2019년에는 대한민국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비수도권을 넘어섰다.

초광역권은 균형발전을 위해 더 시급한 전략이 됐다. 산업 구조의 변화로 전통적 제조업 중심의 동남권 경제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 수도권은 자본과 인력을 가열차게 빨아들이고, 청년이 떠난 부산은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인구소멸위험지역이 되기에 이른다. 동남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간 모임인 부울경포럼의 박병대 회장(송월타올 회장)은 “부울경이 수도권에 필적하는 경제권이 되려면 수도권 중심의 일률적인 행정과 나눠주기식 재정이 아니라 우리 지역 산업에 맞게 행정권과 재정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광역자치단체들은 앞서나간다. 충청권은 대전, 세종, 충북, 충남 4개 시도가 참여해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충청광역연합 출범을 마쳤다. 호남권에서는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이 연내 출범을 목표로 지난달 선포식을 했다.

동남권도 불씨는 살아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대신 방향을 돌린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다. 부울경초광역경제동맹도 2023년 3월부터 추진단을 운영해 크고 작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부울경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김두겸 울산시장이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성사될 경우 울산도 부울경 행정통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메가시티 무산 이후 처음 비친 통합의 신호다.

시간은 많지 않다. ‘5극 3특’의 정책 방향이 드러날 올해와 6월 지방선거를 치르는 내년은 가차 없는 지방 소멸 시계에 맞서 전국적인 초광역권 체제를 갖춰야 하는 분수령이다. 동남권은 760만 인구와 오랜 협력의 역사가 있다. 해양수산부 이전으로 상징되는 해양수도 정책과 남부권 관문공항이 될 가덕신공항은 기회다. 동남권은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의 선도 사례를 만들 저력과 책임이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부울경이 다시 광역연합을 추진한다면 과거의 메가시티 수준을 넘어 더 많은 권한과 재정을 확보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완전한 행정통합을 궁극적인 목표로 두되 서두르지 않고 부울경 주민들이 통합의 편익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통해 주민 공감대를 높여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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