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부울경 지역 대학 지원자가 전년보다 8%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도 비수도권 대학 지원자는 10% 넘게 늘며, 증가 폭이 미미한 수도권 대학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정부의 지역대학 지원 정책 강화와 함께 의대 정원 감축, ‘사탐런’ 등 입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지방권 수험생들이 안정 지원 성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입시 전문업체 종로학원은 2026학년도 전국 192개 대학의 수시모집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21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비수도권 소재 110개 대학의 수시 지원자는 112만 4901명으로 전년 대비 10.2%(10만 4272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부울경은 1만 9224명(8.0%)이 늘었다. 대구·경북 2만 2044명(12.4%), 강원 7384명(11.7%), 충청 3만 9274명(10.6%), 호남 1만 5662명(9.8%), 제주 684명(7.8%) 등 전국적으로 다른 지역도 고른 상승세를 보였다. 비수도권에서 미달 대학 수도 줄었다. 수시모집은 최대 6회까지 지원할 수 있어, 경쟁률 6대 1 미만 대학은 사실상 미달로 간주된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비수도권 대학은 지난해 68곳에서 올해 53곳으로 감소했다.
반면 수도권 대학은 지원자 증가폭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한 곳도 많았다. 서울권 대학은 전년보다 1만 8818명(2.1%) 증가했고, 경기·인천권은 511명(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울권 42개 대학 중 20곳(47.6%), 경기·인천권 40개 대학 중 17곳(42.5%)은 오히려 지원자가 줄었다. 지방권에서는 110개 대학 중 지원자 감소 대학이 16곳(14.5%)에 불과했다.
입시업계는 지방권 학생들이 경기 침체와 취업난, 입시 환경 변화에 따라 수도권 ‘상향 지원’을 자제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올해 의대 모집 정원이 줄고 최상위권 이과생들이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사탐런’ 현상까지 겹치며, 입시 변수 예측이 어렵다고 판단해 안정적인 지원 경향이 뚜렷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방권 대학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적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해 5년간 최대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 거점국립대 10곳을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최근 국정과제에 포함되며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갔다. 실제로 해당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 대학으로 거론되는 부산대, 경북대, 충북대 등은 이번 수시 모집에서 높은 지원자 증가율을 기록하며 수험생들의 관심을 받았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무리해서라도 수도권 대학을 목표로 했던 지방권 학생들이 이제는 지역 대학 안에서도 경쟁력 있는 진로를 찾으려는 분위기”라며 “지방 대학 육성 정책이 지속된다면 입시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2023년, 2024년에 이어 올해 마지막으로 글로컬대학30 본지정 대학 10곳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부산대-부산교대(통합), 동아대-동서대(연합)가 앞서 본지정 대학으로 선정됐고, 올해는 한국해양대(목포해양대와 통합), 경성대, 부산외대가 예비지정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