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도내 1급 경찰서가 압수한 장물 오토바이를 10대 절도 피의자들로부터 도둑맞아 망신을 당했다.
심지어는 도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별건으로 이 오토바이를 적발해 이번에는 관할 파출소 마당에 보관했는데 또다시 이를 도난당했다. 경남경찰청의 부실한 압수물 관리와 청사 보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창원서부경찰서는 특수절도와 무면허 운전 혐의로 고교생 A 군 등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서부서에 따르면 A 군은 지난 8월 30일 오후 함안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오토바이 1대를 훔쳤다. A 군은 이튿날 새벽 이 오토바이를 타고 창원 시내를 배회하다가 소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A 군의 절도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오토바이를 압수한 뒤 귀가 조처했다.
지난달 4일 A 군을 다시 불러 수사를 마무리한 서부서는 사건을 송치하려다 그제야 경찰서 창고에 있어야 할 장물 오토바이가 사라진 사실을 알아챘다.
경찰서 내 압수물 보관 창고에 세워져 있었던 오토바이를 훔친 건 A 군이었다. 경찰 조사 직전인 지난달 3일 새벽 친구와 함께 경찰서 담장을 넘어와 잠금 장치도 없이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를 타고 당당히 정문으로 빠져나간 것.
야간 당직자도 근무 중이었지만, 청사 마당에서 벌어진 이 같은 황당한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다. 경남청은 압수물 규정상 매일 점검·표기하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이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담하게 경찰서에서 훔친 장물 오토바이가 다시 등장한 곳은 지난달 13일 의창구 북면의 한 도로다.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이번에는 서부서 산하 북면파출소 직원들이 출동했다. 현장에 있던 10대 2명은 ‘이 오토바이가 다른 지인의 소유’라고 주장했고, 경찰이 소유자를 확인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오토바이를 압수해 파출소 마당에 임의보관했다.
그리고 3일 뒤 오토바이는 또다시 감쪽같이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근무 중이던 경찰관 4명이 음주 운전 신고로 파출소를 비운 사이 누군가 이를 몰고 사라진 것.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면파출소 직원들은 문제의 오토바이가 서부서에 도둑맞은 압수물이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압수물은 보안이 필요한 증거물로 수사 담당자만 내부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파출소에서 오토바이를 훔친 불상자로 A 군이나 그의 지인 등 절도 사건 관계자로 보고 있다.
경찰이 ‘두 번이나’ 도둑맞은 장물 오토바이는 결국 지난달 18일 창원시 진해구에서 적발됐다.
소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군이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A 군은 경찰이 쫓아오자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1.6km를 도주하다 과속방지턱에 걸려 넘어지며 사고를 당했다.
현재 A 군은 뇌출혈을 입고 수술은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한편, 체면을 제대로 구긴 경남청은 감찰계를 동원해 창원서부서 압수물 관리 직원 3명을 대상으로 감찰에 착수했다. 조사를 후 감찰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2022년께 서부서는 경찰이 수사 중 압수된 현금 300만 원을 빼돌려 도박 자금으로 쓰다 적발되어 한 차례 압수물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