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생색내더니… 권역마다 ‘투자공사’ 뿌린다는 정부

입력 : 2025-10-02 17: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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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이전 대신 동남권투자공사
부산에 약속해 놓고 전 지역 남발
산은 기능 쪼개 전국에 나눠 줘
시민 우롱하는 선거용 선심정책
나눠 먹기론 지역균형발전 요원

이재명 대통령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8월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전 장관의 의견을 물은 뒤 동남투자은행이 아닌 동남권투자공사로 가닥을 잡았다. 정대현 기자 jhyun@ 이재명 대통령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8월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전 장관의 의견을 물은 뒤 동남투자은행이 아닌 동남권투자공사로 가닥을 잡았다. 정대현 기자 jhyun@

정부가 전국 권역마다 지역투자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수도권 집중 해소책이자 산업은행 이전 대체재로 동남권투자공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지역민들이 지역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이던 동남권투자은행이 ‘공사’ 형태로 쪼그라든 것도 모자라, 이마저도 전 지역에 다 뿌려주는 지역투자공사 중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지방시대위원회가 발표한 5극 3특 국가 균형성장 전략(균형성장 액션플랜)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성장펀드와 권역별 지역투자공사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춘 금융 지원과 권역별 메가시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법안이 발의된 동남권과 충청권에 지역투자공사를 설립해 시범 운영하고 타 권역으로 확대한다는 로드맵도 내밀었다. 자본금은 모두 지방정부와 산은,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3조 원의 자본금을 출자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 같은 전략은 앞서 정부에 보고된 산은 체제 개편안과 맞물리며 파장을 더 키우고 있다. 지난 6월 19일 금융위원회가 국정기획위원회에 올린 업무보고 당시에도 유사한 제안이 있었다. 금융위는 당시 동남권투자은행의 공약 세부 이행 계획 중 하나로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 체계 개편 통한 지역 금융 확대’를 제안(부산일보 6월 19일 자 1면 등 보도)했다. 구체적 예시로 산은의 권역별 본부를 확대·개편해 ‘서울 본점’이 아닌 ‘권역별 본점’을 두고, 지역의 직접투자, 대형 여신 등을 직접 승인하는 형태를 제시했다.

이런 정부 행보에 부울경에서는 동남권투자공사가 결국 산업은행의 지역 정책금융 기능 일부를 떼어오는 형태에 그칠 수 있다는 불만이 커졌다. 여기에 동남권만이 아닌 전국 5극 3특에 권역별 지역투자공사 설립한다는 계획이 나오면서 동남권투자공사는 한계가 분명한 기구가 될 것이라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권역별 지역투자공사는 이 대통령 대선 공약과도 모순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날인 지난 6월 1일 페이스북에 산업은행 이전의 대안으로 동남투자은행(가칭)을 공약으로 제시, 국책은행 형태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해양금융으로 북극항로를 뒷받침하고, 산업금융으로 동남권 제조업 밸트의 산업 대전환을 주도하며,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국책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덧붙였다.

동남권투자공사의 실체가 차츰 구체화되자 지역에서는 선거용 선심성 정책에 불과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혁신 거점이 필요하고, 항만·물류·금융 중심지 부산에 동남권투자은행을 만들어 두 바퀴로 굴러가게 하겠다더니 전국 권역별 나눠 먹기 식으로 투자공사를 만들어 나눠주겠다는 게 국가전략이냐”면서 “선거를 앞두고 던진 선심성 공약이 조삼모사였다는 생각이 들어 우롱당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중심지 부산에 산업은행을 내려 보내려는 건 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공공기관 이전의 기조였고 전 정부까지 이어져 추진된 것”이라면서 “이를 무시하고, 전국에 선거용으로 산은 기능을 쪼개 뿌려주는 게 지역균형발전이냐”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기능 분산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지면 다시 한 번 산업은행 이전을 추진하려 했던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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