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김해시 대표 ‘핫플’인 봉리단길에 노후 주택을 개조해 만든 ‘갬성 숙소’가 속속 등장해 MZ세대의 마음을 흔든다. 지역 예술인들의 노력 덕에 단순한 식도락 여행지가 아닌 하룻밤 머물며 동네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체류형 관광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27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김해시 봉황동의 한 골목에선 캡슐호텔 ‘마당집’ 공사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화가로 활동 중인 김정진(41) 씨는 1970년대 지어진 노후 주택을 1년 동안 직접 개조해 다음 달 1일 김해지역 첫 캡슐호텔을 선보인다.
이곳은 1~2인용 침실과 공용 주방·욕실·화장실 등을 갖춰 한 번에 최대 14명이 머물 수 있다. 층고가 낮은 침실은 푹신한 침구와 따뜻한 느낌의 노란색 조명으로 채워져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맞은편에는 2년 전 문을 연 독채 숙소 ‘달빛, 그리고 작은 집’도 자리한다.
아직 간판조차 걸리지 않았지만, 이미 주민과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났다. 캡슐호텔 첫 손님으로 서울의 한 대학 건축과 학생들이 예약도 했다.
김 씨는 “미장에서부터 창틀 작업, 페인트칠, 내부 장식까지 모두 혼자서 직접 해냈다”며 “여행을 다녀오면 숙소에 대한 기억이 오래도록 남았다. 재미있는 숙소를 제공하고 싶어 첫 숙소를 만들었는데, 단체 고객 문의가 많아 캡슐호텔로 확장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캡슐호텔 ‘마당집’의 1인 침실. 이경민 기자
				
				캡슐호텔 ‘마당집’의 1인 침실. 이경민 기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봉리단길은 김해대로2273번길에서 가락로37번길까지 약 1km에 달하는 구간을 말한다. 가락국 시조 수로왕과 인도 공주 허황옥이 처음 만나 걸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으로 현재는 점포 150여 개가 밀집해 운영 중이다.
점포 업종은 식당과 카페가 다수를 차지한다. 공방, 옷·소품 가게, 대장간, 사진관, 꽃집, 타로점 등 다양한 콘셉트의 점포가 즐비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대성동고분군과 수로왕릉, 수릉원, 국립김해박물관 등 가야 유적지도 봉리단길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다음 달 15일에는 지역 관광 거점 공간이자 게스트하우스인 ‘금바다 스테이’도 이곳에 문을 연다. 1980년대 지어진 단층 주택을 개조해 숙박시설로 제공하고, 쇼룸처럼 꾸며 지역 예술인들이 만든 김해 관광 굿즈를 전시·판매한다.
이는 김해DMO사업단이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다. 김해DMO사업단은 민간 단체인 봉황대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지자체, 재단, 관광업계, 예술단체 등 96곳이 모여 2023년 출범한 지역 관광 추진협의체이다. 김해 원도심 관광을 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사업단 활동 기간이 종료되면 봉황대협동조합이 금바다 스테이 운영을 맡기로 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다. 건물의 외형도 그대로 살려 오래된 동네의 정취는 보존하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방식을 택했다.
김해DMO사업단 박영호 프로젝트 매니저는 “방문객들이 봉황동에 머물며 동네를 깊이 경험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금바다 스테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동상동과 대성동 등 원도심을 중심으로 분점 개념으로 거점 공간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