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향하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울산·경남(PK) 출신 보수 인사 2명을 나란히 장관급에 지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두 사람 모두 지역과의 연결고리가 옅은 편이지만 부산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가 불과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실제 이번 인선을 두고 지역 여야가 제각각 여론전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대통령실이 발표한 장관급 지명자 3명 중 2명이 부산 출신의 보수 인사로 분류된다.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장관급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성식 전 국민의당 의원 모두 부산 태생이다. 1964년생인 이 전 의원은 부산에서 태어나 산호초, 마산여중, 마산제일여고 등 경남 마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김 전 의원은 초량초, 초량중, 부산고 졸업으로 부산에서 청소년기를 모두 보냈다.
두 사람은 각각 서초갑과 관악갑 등 서울에 지역구를 둔 까닭에 PK와의 연고는 깊지는 않지만 지역 정가는 이번 인선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한다. 대통령실은 “통합과 실용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여권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승리 기준점이 되는 PK를 정면 겨냥한 행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입법, 행정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은 부울경 탈환을 통해 내년 6·3 지방선거 압승을 노리고 있다는 이유에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 특히 PK는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탠다. 지역 출신 보수 인사 기용을 통해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인지 지역 정치권에서는 인선 다음 날인 29일까지도 이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6·3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예측할 수 없는 까닭이다.
우선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탕평 인사에 호평을 쏟아내며 환영의 메시지를 쏟아낸다. 민주당 유동철 수영지역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실용·탕평 인사를 환영한다”며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 쓰고, 능력이 없으면 측근이라도 안 쓴다는 그의 인사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보수 인사 발탁에 대해 고평가하면서 부울경의 보수층 자극에 나선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통령 인선을 평가절하하며 부울경 민심이 요동치지 않도록 단속에 나섰다. 국민의힘 이성권(부산 사하갑)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그럼에도 그간 이 대통령이 보여준 ‘형식의 파격’이 내용의 실질적 변화보다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적 목적을 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저의가 의심된다”며 “국민의힘 현직 당협위원장을 기용하면서 국민의힘에 사전 제안도 없이 ‘인사 발표’하는 것이 과연 ‘통합’이라 할 수 있을까”라고 질타했다.
다만 실제 파괴력을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당내 안정적인 지지를 기반을 가진 이 대통령이 외연 확장을 통해 부울경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오히려 PK 보수층을 결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의 목소리도 크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PK에서 여전히 50%에 달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부울경 출신 보수 인사 중용을 통해 ‘일 잘하는 이재명’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효율적으로 먹힐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국민의힘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 심리를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향후 인사청문회나 실제 직을 수행하면서 이들이 어떤 행보에 나서는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