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마치고 카보베르데 선수와 인사하는 메시. 메시는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보베르데와의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전반 29분 0의 균형을 깨뜨리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AP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본선에서 48개국이 경쟁한 2026 북중미 대회가 4일(한국시간) 미국 각지에서 펼쳐진 3경기를 끝으로 32강전 일정을 모두 마치고 16강으로 압축됐다.
이날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는 이집트가 전·후반 90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혈투 끝에 호주를 4-2로 따돌리고 월드컵 토너먼트 첫 승과 함께 16강에 진입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6차례 월드컵 본선에 출전해 두 차례 16강 진출(2006·2022년)이 최고 성적인 호주는 이번에도 토너먼트 첫판을 넘지 못했다. 이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의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는 타이틀 방어에 나선 아르헨티나가 '돌풍의 팀' 카보베르데를 상대로 전·후반 90분을 1-1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 3-2로 이겼다. 이번 대회 최고 화제의 팀으로 떠오른 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조별리그에서 스페인, 우루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며 H조 2위(승점 3)로 32강 진출에 성공한데 이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두 차례 동점을 만드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경기를 마친 뒤 아르헨티나의 주장 리오넬 메시는 "오늘 매우 힘든 경기가 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카보베르데는 스페인과 우루과이를 상대로 지지 않았는데, 그러는 데엔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상대인 카보베르데에 존중을 표했다. 메시는 "가장 어려운 과제였던 선제골을 만들어낸 뒤부터는 우리의 흐름으로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면서 "공을 자주 빼앗겼고, 뒤로 물러섰으며, 압박도 제대로 가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상대는 자신들의 장점을 살려서 공격해 들어왔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단판 승부 토너먼트에선 누구도 승리를 거저 주지 않는다. 절대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이번 월드컵의 특징"이라면서 "전력 차가 거의 없고 매우 복잡하게 흘러간다. 앞으로의 모든 경기가 극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마지막 32강 경기가 열린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는 콜롬비아가 가나를 1-0으로 제압하며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 2022년 카타르 대회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가 8년 만에 복귀한 콜롬비아는 조별리그 K조에서 무패(2승 1무)를 달리며 1위(승점 7)를 차지했고, 이날 32강 단판 승부에서도 승리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지난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가나는 L조 3위로 토너먼트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이날 경기에서 전·후반 90분 모두 유효 슈팅 '0개'에 그치며 덜미를 잡혔다. 이 경기로 이번 대회 32강전이 모두 끝나면서 5∼8일 이어질 16강 대진이 확정됐다. 프랑스-파라과이, 아르헨티나-이집트, 캐나다-모로코, 포르투갈-스페인, 미국-벨기에, 브라질-노르웨이, 멕시코-잉글랜드, 스위스-콜롬비아가 각각 맞붙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SNS
이번 북중미 월드컵 16강 진출팀을 대륙별로 살펴보면 유럽 국가가 7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2022년 카타르 대회 준우승팀 프랑스를 필두로 잉글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노르웨이, 벨기에, 스위스가 16강에 올랐다. 남미 국가로는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브라질, 콜롬비아, 파라과이가 16강에 진입했다. 이번 대회를 공동 개최한 북중미의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가 모두 살아남았고, 아프리카에서 이집트와 모로코가 생존해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는 총 9팀이 출전했지만 한국을 포함해 7개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일본과 호주가 조별리그에서 선전하며 32강에 올랐으나, 일본이 지난달 30일 브라질에 1-2로 지고 호주는 이날 이집트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두 팀 모두 아쉽게 16강에 들지 못했다.
16강전은 5일 오전 2시 미국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캐나다와 모로코의 대결로 시작된다. 같은 날 오전 6시 프랑스가 파라과이와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6일엔 오전 5시 우승 후보 브라질이 '괴물 골잡이' 엘링 홀란을 앞세운 노르웨이와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만나고, 오전 9시부터는 해리 케인의 잉글랜드가 개최국 멕시코와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대결을 벌인다. 7일 오전 4시 미국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16강 최고의 빅 매치라 할 만하다. 이어 같은 날 오전 9시엔 시애틀에서 미국이 벨기에를 상대로 8강 진출을 노린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무함마드 살라흐를 앞세운 이집트와 8일 오전 1시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이어 같은 날 오전 5시 스위스와 콜롬비아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마지막 16강전을 펼친다.
득점 최상위 7명이 나란히 16강 무대를 밟으면서 득점왕 경쟁도 불이 붙었다. 32강까지 마친 뒤 득점 순위에서는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7골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킬리안 음바페(프랑스)가 6골, 홀란과 케인이 5골씩을 넣어 뒤를 잇고 있다. 프랑스의 우스만 뎀벨레, 스페인의 미켈 오야르사발, 브라질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4골씩 기록한 가운데 16강전에서 추가 골 사냥에 나선다. 이번 대회 기간 역대 월드컵 본선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린 메시는 '20골' 고지도 가장 먼저 밟으며 2위 킬리안 음바페(프랑스·18골)와의 격차를 2골로 벌렸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