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까지 반팔 차림이 대부분이었지요. 늦더위가 올해 유난스럽다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1904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부울경의 9월 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다는 측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산은 24.5도, 경남은 23.4도, 울산은 22.9도였습니다. 누적 강수량도 예년 60mm에 그쳤는데, 부산은 이보다 5배나 많은 322mm를 기록했습니다. 기상청에서는 9월 상순 대만 부근 열대 저기압의 대류 활동이 강해 그 북쪽에 위치한 중국, 한국, 일본에서 동서로 폭넓은 고기압이 발달했고, 강한 햇볕이 더해져 기온이 올랐던 것으로 분석합니다. 뜨거웠던 올 여름 온열질환자도 지난해보다 80% 이상 늘고, 7월 29일 하루 사이 7명이나 온열질환으로 숨지기도 했습니다. 온열질환 감시 체계를 가동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입니다. 올 여름 전체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32명으로 지난해 9명의 3배 이상이었습니다.
메마른 세계 곳곳 산에서는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마트라섬에서 발생한 산불의 영향으로 인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까지 공기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2019년에도 엘니뇨 영향으로 대규모 산불이 일어났던 인도네시아입니다.
아시아인 화합의 장이던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나기 하루 전날 서아시아의 이스라엘에는 다시 국지전이 발발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2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왔고, 이스라엘에서도 박격포 반격에 나섰습니다. 미국도 이스라엘을 지원하기로 해 기독교-이슬람교 세력의 재충돌 우려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여름과 겨울의 양극화, 폭우와 가뭄이 반복되는 지구. 여기에 공존보다는 배제를 향하는 인간의 어긋난 욕망이 지구 멸망 시계를 더욱 빠르게 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무고한 희생이 더 늘지 않도록, 서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지구촌이 머리를 맞대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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