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 쓰시마 시의회가 영구 핵폐기장 건설에 찬성하는 결의안을 냈다가 막판 시장의 거부로 유치 움직임이 가까스로 멈춘 적이 있었습니다.
핵폐기장을 유치하면 쇠락해 가는 지역 경제를 되살릴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관광산업 비중이 높은 쓰시마는 코로나19로 관광이 멈춘 동안 엄청난 지역 경제 타격을 입었고, 초고령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울산 서생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계획(2024~2038년)을 수립하면서 원전을 최대 6기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울주군 서생면 이장단이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4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울주군에 전달했다는 겁니다.
모두 아시는 대로 고리원전에는 폐로에 들어간 1호기를 제외하고, 신고리 2호기까지 5기가 운영되고 있고, 신고리 3호기 이후 원전 관리를 위해 분리한 새울원전본부에 새울 1·2호기가 가동 중이며, 새울 3·4호기는 내년과 내후년 완공을 각각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유치 희망대로 원전 2기를 추가로 들인다면 기장과 울주에서 가동하는 원전이 10기를 넘게 됩니다. 가까운 경북 경주시의 월성원전 5기까지 더하면 15기에 이릅니다.
낡은 원전은 폐로하고, 신규 원전은 줄이면서 핵 발전의 위험과 공포로부터 장기적으로 벗어나기를 소망했던 주민들의 희망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입니다.
서생면 주민들의 입장은 “원래 원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지역 발전을 위해 지원금을 받으면 좋지 않느냐”는 것 같습니다.
사용후핵연료 보관·처리를 위한 특별법도, 뾰족한 과학적 대안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현실에 무작정 원전을 늘리는 것이 옳은 일인지, 부울경 시민들의 불안감은 작지 않습니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수백만 시민이 밀집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금 몇 푼으로 이런 중대한 사안이 결정되는 게 합당한 일인지 의문이 듭니다. 기장군의회에서도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접한 울주군 차원의 원전 확대 결정에 주변 지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도 원전 입지 결정 과정에 아무런 의견 제시나 협의 의무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전력수급계획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서생면 차원의 선제적 움직임일 뿐이라고 울주군에서는 보고 있으니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겠습니다. 하지만 지방 소멸과 농어촌 고령화를 막는 방법은 지방도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지, 지원금 몇 푼 쥐어주고 수도권이 혐오하는 시설을 비수도권에 마구 짓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부울경 메가시티는 안 되는데, 서울에 김포를 편입시키는 것은 가능하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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