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면적은 770k㎡로 싱가포르보다 약 40k㎡ 넓습니다. 인구는 싱가포르가 약 550만 명으로 부산보다 200만(1.6배)이나 많습니다. 부산보다 훨씬 밀도가 높은 싱가포르의 교통은 생각보다 막히지 않습니다.
15분 만에 도심 이동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부산시의 목표를 가능하게 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싱가포르에 다녀온 기자의 첫 기사는 자가용 승용차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대중교통과 개인형 모빌리티(자전거, 킥보드 등)의 결합 정책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집앞에서 목표 지점까지 자가용 승용차 한 대로 쭉 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망까지는 개인형 모빌리티를 이용하고, 목적지까지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동선입니다. 도시 끝에서 끝까지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도 45분 만에 도착하고, 의료·보육·쇼핑 시설을 모아둔 ‘이웃센터’까지는 개인형 모빌리티로 20분 만에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2040년까지의 목표입니다. 이 목표를 향하는 핵심 인프라가 자전거 전용도로입니다.
부산의 경우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자전거 전용 도로와 운전자 인식, 골칫거리로 전락한 공유 자전거와 킥보드 등이 떠오릅니다. 시내 주요 간선도로를 자전거로 이동한다는 것은 아직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전용 도로도 없고, 차량 소통에 방해가 된다는 승용차 운전자들의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에 비해 면적은 넓은데 인구가 분산돼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경제성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지금까지 부산시가 밝힌 15분도시 정책은 대심도 도로 같은 대규모 투자 사업 위주입니다.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서구 주요 도시들이 도심 차량 이용에 주차료나 혼잡통행료 등의 방식으로 상당한 부담을 갖게 하는 정책을 펴는데, 부산시는 수요가 있다며 계속 도로 공급을 추진합니다. 신설 도로가 다시 승용차 수요를 창출하는 악순환이 눈에 선한데도 말입니다.
BuTX 같은 대중교통망 확충은 신속한 원거리 이동을 위해 필요하겠지만, 자가용 승용차를 위한 도로 확충보다는 싱가포르 사례에서 보듯 대중교통망과 개인형 모빌리티를 결합한 환승 시스템 확보가 탈탄소 시대의 흐름에도 부합하지 않을까요?
오늘 <부산일보>는 도심 러스트 벨트로 꼽히는 영도 청학~동삼동 재생사업의 거점이 될 옛 한국타이어 부산공장 터 시범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향후 북항 재개발 3단계 사업 진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소식과, 최근 여당 일각에서 제기된 김해·양산+부산 통합 주장과 관련해 2020년 인구 이동 통계를 확인해본 결과가 소개됐습니다. 두 도시에서 부산으로 매일 7만 명가량이 통학·통근을 하고, 부산에서도 두 도시로 거의 같은 인구가 통근·통학을 하는 것으로 집계돼, 김해·양산이 단순 베드타운이 아니라,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로 볼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베드타운 기능이 강한 서울 주변 도시들과 다른 입장이어서 굳이 부산으로 흡수되는 것을 원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게다가 경남도 인구(325만 명)에서 두 시(88만 명)가 차지하는 비중도 워낙 커 경남도의 동의를 얻기도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이래저래 수도권 확장과 팽창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발상의 허점이 여기저기서 노출되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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