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행정 서류 발급을 위해 구·군청이나 주민센터를 일부러 찾는 경우가 많이 줄었지요. 민원 발급기가 대형마트 등 다중밀집시설에 설치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민원 서류 발급을 인터넷에 의존하면서 각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편리하게 발급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익히 경험해온 바대로, 인터넷은 편의성은 높지만 보안 부문의 문제 발생 우려를 항상 내포하고 있고, 하드웨어 측면에서 정보가 집적되는 통로 중 한 군데에서만 사고가 발생해도 치명적인 소통 불능 사태를 빚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온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이 완전 복구되는 데 무려 5일 이상이 걸렸던 사례를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사태 이후 ‘카카오 먹통 방지법’까지 만들어 올 7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정부는 이번 행정 정보 시스템 먹통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에 무려 이틀을 허비했습니다.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는 사기업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전국민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운영하는 행정 시스템이 마비된 것과는 무게를 비교하는 게 무의미합니다.
장애가 발생했던 정부24와 새올행정시스템이 어제까지는 임시 복구된 것으로 보이지만 오늘도 정상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합니다.
위험은 분산시켜야 하고, 온 국민이 사용할 행정시스템도 장애에 대비한 2중, 3중의 안전 대책과 최후의 대책도 통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대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번에 네트워크 오류에 대비한 백업 시스템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원인을 꼽아보자면, 결국 온라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었거나,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려는 지침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 중의 하나로 좁혀집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은 우리의 전자정부 시스템이라면 이런 보완책은 필수인데, 몇 푼 아끼려는 생각으로 이렇게 일을 그르쳤다면 정부의 예산 지침과 전자정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사건사고를 시스템 점검과 개선의 계기로 삼지 않는 한 언제든 유사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는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합니다.
일방적인 포격이 계속되던 서아시아 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닷새간 교전을 중단하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와 이스라엘의 평화로운 공존을 평화 협정의 모델로 제시했습니다. 자국 인질 석방과 하마스의 궤멸을 바라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과연 바이든의 아이디어대로 움직여줄지, 닷새간의 교전 중단 기간을 면밀히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