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제도는 사회초년생에게 매달 높은 임대료를 내야 하는 월세보다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전셋집에서 돈을 모은 뒤 대출을 받아 내 집을 장만하는 과정이 삶의 공식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계약이 끝난 뒤에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 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서민 주거 안정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고금리, 집값 하락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경기의 영향도 큽니다. 하지만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이 허술하게 보호되는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최근 급증한 임차권등기명령은 효력에 한계가 있고, 전세보증제도는 보증금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가입하지 않은 경우 보호받지 못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세입자가 돈을 다시 받기까지는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시간입니다. 이마저도 받을 수만 있으면 다행입니다. '사회적 재난'으로 부상한 전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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