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과 미국 등 76개 국가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축제' 선거를 바라보는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진짜 같은’ 가짜 영상을 만드는 딥페이크 기술 때문에 선거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바이든 대통령이 투표 거부를 독려하는 음성 전화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찰에 연행되는 듯한 사진이 유포되면서 유권자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물론 모두 가짜입니다. 다음 달 당장 총선이 코앞인 한국도 비상입니다. 해외처럼 눈에 띄는 사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선관위의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누구나 5분 만에 만들 수 있는 수준의 가짜 영상도 '가짜'로 판정하지 못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작동하고, 선거는 신뢰에 기반합니다.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사실은 ‘그럴듯한 가짜’였다면 선거의 정당성은 흔들립니다. '기술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에 기대기엔 오늘날 정치를 둘러 싼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AI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새로운 윤리와 제도,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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