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적당히 체험하고 나니까 자신감이 좀 생겨서 어려운 걸 도전해보려고 했지. 위로 오르는 게 아니라 옆으로 이동하는 암벽이 있던데, 지구력 훈련에 좋다고 하더라고. 여길 여러 번 도전해봤는데 도저히 못 지나갈 ‘마의 구간’이 있어서 아주 처참하게 실패했어. 경사진 곳에 매달리는 것까진 어떻게 하겠는데, 그 상태로 손을 떼고 이동하는 게 안 되더라고. 편하게 포기했지 ㅋㅋㅋ 쌤한테 물어보니까 내가 도전한 암벽은 최소 한 달 이상은 해봐야 성공할 수 있는 곳이래. 내가 약해서 실패한 게 아니야~ 평소에 맨몸운동을 열심히 했다면 모를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절대 없대. 헬스장 트레이너들도 힘들어하고, 심지어 너무 지쳐서 운전조차 못 할 지경이 돼서 한낮에 대리 기사를 부른 사람도 있다고 하네 ㅋㅋㅋㅋ 힘보다는 요령과 기술이 필요한 거지. 쉬면서 등반하는 사람들 구경하니까 장난 아냐. 고수 난이도라는 보라색에 도전하는 건 보기만 해도 무섭더라. 거의 수평으로 누워서 힘겹게 올라가다가 결국 실~패~. 난이도가 어려울수록 체력 소모가 크니까 한 번 도전하고 4~5분은 쉬더라고. 여자들도 거의 스파이더맨처럼 별 희한한 자세로 오르는데 어우, 멋있더라 정말. 이제 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잖아. 나는 취재한다는 이유로 평일 오후에 이렇게 올 수 있는 건데, 다른 열정맨들은 정체가 뭐냐 이거야. 쉬고 있는 최미르(25) 씨랑 조순룡(28) 씨한테 가까이 가서 물어봤지. 미르 씨랑 순룡 씨는 회사 동료 사이인데, 둘 다 쉬는 날이라 같이 왔대. 미르 씨는 고등학생 때 체험활동 하다가 클라이밍에 푹 빠진 6년 차 마니아고, 3개월 차 삐약이 순룡 씨는 친구 따라서 와 본 게 계기가 됐다네. 클라이밍의 매력이 뭔지 물어봤는데 이구동성으로 잡생각이 없어지는 걸 꼽았어. 미르 씨는 배드민턴이나 축구도 해봤는데 클라이밍이 제일 재밌다고 하네. 순룡 씨도 축구를 했는데, 축구는 사람이 있어야 되지만 클라이밍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게 편하대. 두 사람 다 평소엔 혼자서도 오고, 그렇게 왔다가 모르는 사람이랑 친해지는 경우도 많대. 이제 오늘 나한테 친절하게 가르쳐 준 문은규(31) 매니저한테도 클라이밍의 매력을 물어봤는데, 쌤은 성취감을 최고로 꼽았어. 어려운 문제 풀었을 때 짜릿함이 있다는 거야. 이 쌤은 볼더링 문제 하나 푸는 데 하루 6시간씩 5일이 걸린 적도 있대. 이거 완전 클라이밍에 미친 사람 아니냐고. 그런데 이런 ‘클친놈’(좋은 뜻)이 많은가 봐. 이번 설 연휴도 그렇고 공휴일에도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네. 시간 제한이 없으니까 하루 6~7시간씩 하는 사람도 있대. 클라이밍이 요새 MZ 사이에서 유행인 건 알지? 서울에선 헬스장보다 많아질 기세래.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인 것 같아. 여기 클라이밍장만 해도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70대까지 있다고 하니까 말 다 했지 뭐.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딱 좋잖아. 인생을 계속 엉망으로 살면 안 돼. 일어나, 운동해야지…자, 따라해보세요. 클라이밍, 나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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