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구석을 탐구하며 시야를 넓혀나가기 바쁜 청춘들. 하지만 어떤 청춘에게 이런 경험은 '사치'입니다. 중증질환이나 장애, 치매, 알코올중독 등이 있는 조부모나 부모, 형제자매를 돌보는 10~20대 ‘영 케어러’가 부산에서만 최소 2만 명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족 돌봄 청년’으로 불리는 영 케어러는 부모 대신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 생활비를 벌어온 소년·소녀 가장 역할뿐 아니라 돌봄·간병·가사노동으로 인해 학업과 교우관계에 큰 지장을 겪는 청소년을 말합니다. 이들은 일상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박탈당합니다. 다른 친구들이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고 학원을 다니며 꿈을 좇는 사이, 영 케어러들은 가족들을 돌보고 부모님을 대신해 취업 전선에 일찍 뛰어듭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사회적인 관심은 매우 낮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놓인 효자 또는 효녀로만 인식되고, 칭찬 또는 연민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기 일쑤입니다. 공식적인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도 나올 수 없는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먼저 발굴할 방법과 기준을 마련하고, 정책적인 연계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청소년들이 그 나이 때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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