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서울 신림역에서 33세 조선의 흉기난동 2주 후인 지난 3일, 분당 서현역 인근 쇼핑몰에서 22세 최모 씨가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했고, 곧이어 쇼핑몰에 들어가 흉기를 마구 휘둘렀습니다. 승용차에 치여 치료받던 60대 여성 1명은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이 사건 이후 전국 곳곳에서 흉기 난동과 살해를 예고하는 모방글이 SNS로 퍼졌고, 경찰은 사흘 만에 살인 예고 글 게시자 46명을 붙잡았습니다.
멀쩡히 길을 걷다가 언제든지 아무 원한도 없는 사람의 범행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온 국민을 공포에 빠뜨렸습니다.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일, 생활 치안을 강화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사회 곳곳에 억눌린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이 잇단 흉기 난동 사건의 정서적 배경이 된다는 점 또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에 따라 20~30대 청년층의 상실감과 무력감도 커져만 갑니다. 출구를 찾지 못하는 청년층의 열패감은 성별 갈등으로 번져 여성에 대한 남성의 혐오감정도 깊어지는 양상입니다. 이번 살인예고 글 상당수가 여성을 표적으로 했었다는 점도 이런 현상의 방증입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불특정 다수에 대한 폭력과 범죄로 표출하는 현상이 늘어나는 이 현상을 우리는 궁극적으로 사회 건강성이 그만큼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인식하고, 공동체 차원의 보완을 서둘러야 합니다.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로, 이런 현상을 이상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이상 행동으로만 여기고, 처벌 위주의 대책만 만든다면 수많은 모방범죄로 확산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불안·불만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는 범죄심리의 뿌리를 제대로 찾아 치료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묻지마’라는 그들의 삶과 심리의 근간을 끊임 없이 들여다보고 질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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