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부산일보 1면은 슬픕니다. 침몰하는 배 아래 검푸른 바닷속에 524명의 3~4자 한글 이름이 인쇄되었습니다. 짐승만도 못한 징용 노동자의 삶에서 벗어나 고국으로 돌아오는 첫 귀국선에 탔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입니다. 이제 겨우 이름을 확인했을 뿐, 시신은 커녕 위패가 어디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이름이라도 밝혀진 건 다행입니다. 8000명으로 추정되는 승선자 중 나머지 7500여 명의 신원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78년이 되었지만,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는 배의 침몰 원인부터 피해자 조사까지 어느 것 하나도 매듭을 짓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일보>와 자매지인 <서일본신문>이 서로의 취재 역량과 정보를 교류하며, 500여 명의 피해자 신원을 밝혀낸 것은 작은 첫걸음이어야 합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말하기에 앞서 80년이 다 되도록 실종 상태로 제사를 모셔야 하는 유족들의 한을 풀어줘야 합니다. 늘 생존자 인터뷰를 보니 “밥하는 사람들은 배가 터질 줄 알았던지 작은 고깃배를 타고 먼저 나가더라”는 진술도 있습니다.승선자 명단 확인을 통한 정확한 피해자 특정과 배·보상, 사고 원인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우키시마 폭침사건의 진상 규명이 과거의 일이라면, 현재와 미래의 일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입니다.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담 후 방류 시기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 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 방류를 시작할 전망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일본은 우키시마호 폭침 원인으로 아직도 미군이 설치한 기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공정성과 신뢰도 측면에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보 공개와 조사가 필요한데 이렇게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도쿄전력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운영 실태를 제대로 점검했는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처리 계획의 적정성만 서류 검토했다는 지적에 명확한 해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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