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정전 70주년을 보낸 우리는, 오늘 해방 78주년을 맞습니다. 지금은 평이하게 보내는 뜨거운 한여름 스무 날의 간격에 불과지만, 해방과 분단, 6·25전쟁 발발과 정전협정 사이 그 8년은 세계사와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시간이었습니다. 내일이면, 한 달 뒤면 고향에 돌아갈 거라 믿었던 이산의 아픔도 급격히 줄어가는 1세대 이산가족 수만큼이나 사그라들어갑니다. 해방 이후 태어난 세대의 인구 비중이 월등이 높아진 지금, 분단은 한반도에서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처럼 느껴지는 지경입니다.
민주평통은 통일에 대한 2분기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반도의 미래상으로 국민 52%가 자유롭게 왕래하는 2국가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3일 밝혔습니다. 1국가 통일의 현실적 어려움과 부담을 국민들도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약 80년의 분단을 한 순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자유롭게 교류·왕래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후손들이 이 땅에서 자유롭고 번영된 삶을 누리게 하는 것, 이 시대를 사는 기성세대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데스크 칼럼]에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열강의 각축장이 되면서 국가가 엄청난 불행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과 태평양 건너 미국이라는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한반도는,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새로운 냉전의 기류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70년 전에 비해 한국의 군사력이나 경제력은 비약적으로 커졌습니다.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은 변함 없고, 한국의 기술력과 인적 자원은 미국과 중국 모두가 무시하지 못할 만큼 인정받고 있습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우리의 국제·경제적 위상과 지정학적 위치를 지렛대로 삼아 동아시아를 시작으로 조화와 균형의 신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78주년 광복절을 맞아 <부산일보>가 연속보도하고 있는 우키시마호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은 꼭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한·일관계의 미래를 열어가려는 국면이기에 양국 정부가 의지를 갖고 원혼을 달래는 일에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8000명이 희생되었는데, 누가 피해자인지도 모르고 작은 추모비 하나밖에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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