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린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노심 냉각에 사용된 오염수 130만t을 일본 정부가 내일부터 방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주말 이후 속전속결입니다. 회담 전 일각에서 예상했던 대로 3국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양해를 다시 구했고, 동의를 얻은 뒤 이런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식적인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웃 국가 정부 간 협의나 공식 통보 없이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겠다는 미 국방부 입장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정상회담에서도 이의제기가 없었던 일에 이어 일본의 오염수 방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우려는 점점 커져 갑니다.
특히 국내 수산업 유통의 중심지인 부산은 민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5년이 지나야 일본이 방류한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도래한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닷물 표층과 심층의 해류 속도와 방향이 달라, 불과 수 개월 뒤 우리 해역에 오염수가 온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어서 입니다. 생업을 수산업 유통과 판매, 가공에 의존하는 시민들의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요.
정부가 발표한 대로 방류 지점에서의 모니터링과 시료 분석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오염수 방류 허용을 대전제로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식생활 안전과 우리 수산업 보호를 최우선 기준으로 염두에 두고 엄정하게 살피고, 조금이라도 문제 소지가 있으면 즉시 일본 정부에 방류 중단을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다 보니 부산공동어시장이나 구청에서도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구매해 사용한다는데 신뢰도가 높지 않습니다. 수산물 표면에 묻은 매우 높은 방사능 물질(기준치 수십만 배)을 측정할 수는 있지만, 방사능 물질을 섭취한 어류의 내장과 살점에 대한 정밀한 측정은 거의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입니다. 수산물에 측정기를 가져다 대며 방사능을 관리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소비자 신뢰를 받지 않겠냐는, 어쩔 수 없는 발버둥인 겁니다.
정부 차원에서 너무 쉽게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허용해준 탓에 그 뒷감당을 업계와 지자체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 정부 차원의 준비 부족으로 대기업과 각 지자체가 각국 참가단을 떠맡아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긴급히 제공해야 했던 세계 잼버리 대회의 그림자가 계속되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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