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과외 알선 앱을 통해 연결된 여대생을 무참히 살해한 정유정 사건이 발생한 게 지난 5월이었습니다. 정유정은 학부모를 가장해 앱에 가입한 뒤 범행 당일에는 자신이 과외를 받는 여중생인 것처럼 교복을 입고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사건 이후 대부분의 관심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정유정에 집중됐는데, 학업과 일을 병행하려고 과외 앱으로 정유정과 만나 졸지에 생을 마감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직 정식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지도 않은 학생이 구하던 그 짧은 일자리와 생사의 경계가 어찌 이리도 가까울 수 있는지 섬뜩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던 재수생이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다 성폭행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밝혀져 다시 한 번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아르바이트 구직 글을 본 30대 피의자는 자신을 스터디카페 관계자로 소개하며 실제 면접을 본다고 피해자를 불러냈습니다. 그 자리에서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며 키스방 일을 권했고, 바로 옆 건물 키스방으로 데려가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아르바이트를 찾던 착한 딸은 생각지도 못한 참변을 견디지 못해 한 달도 안 돼 삶의 끈을 스스로 놓았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스터디카페와는 무관한 손님이었고, 실제로는 키스방 여성 공급책이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를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또 부산지법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애용하는 숏폼 SNS로 만난 이제 겨우 13살인 여아를 협박해 음란행위 영상을 강요한 19살 남성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19살이 한 범행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자신과 나눈 성적인 대화를 유포하겠다는 가해자의 협박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피해 아동의 공포가 얼마나 컸을까요.
N번방 사건에서 보듯 이렇게 불법적으로 확보한 동영상을 돈으로 거래하는 플랫폼은 음지를 찾아 여전히 활개를 칩니다. 키스방 같은 변종 성매매도 간판 없이 주택가와 오피스텔로 교묘히 숨어들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수요’가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수요’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을 책임져야 할 검찰의 잣대는 너그럽기 한량 없습니다.
법관 연수를 마치고 귀가하다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조건 만남’으로 성매매를 한 울산지법 한 판사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약식기소에 그쳤고, 대법원은 3개월 정직 징계만 내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애용하는 ‘카르텔’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법조 카르텔이 아니고서는 해석이 안 됩니다. 학비 부담을 덜려는 재수생이, 성을 돈으로 거래하려는 마수에 걸려 삶을 마감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사법 카르텔은 방벽을 허물 줄 모릅니다.
오늘 부산일보에 소개된 저출생 관련 기사를 보니 안심하고 아이 키울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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