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로 접어든 뒤 밤공기가 사뭇 선선합니다. 새벽 찬바람에 도톰한 이불을 몸에 돌돌 말기도 합니다.
올 여름은 몇 일이나 열대야였는지를 세는 게 무색했습니다. 매일 낮밤이 찜통이니 뉴스에서도 별로 다루질 않았습니다. 기상청 자료를 보니 8월 한 달 부산의 열대야가 20일이었답니다. 8월 23일 처서 이후 밤 더위가 한풀 꺾인 것 같더니 하순 열흘 정도가 빠진 모양입니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평균 부산 열대야는 11.2일이었다 하니 거의 배로 늘어난 겁니다.
해안 도시인 부산은 태풍과 해수면 상승 등의 직격탄을 맞는 곳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활동 범위가 세계로 넓어지면서 탄소 발자국이 커지고, 그 영향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은 학계 정설입니다. 2100년 해수면이 82cm나 상승한다는 국립해양조사원 예측을 놓고 보면, 해안 도시인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건물과 수송 부문에서 주로 발생하는 지역 탄소 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대대적 실천이 절실합니다. 오션뷰를 사유화 하려는 개발의 탐욕을 공공이 나서 제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 베스트 셀러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부산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세계화의 시대를 끝내고, 지역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구 온난화 역시 세계를 무대로 삼는 자본의 탐욕으로 빚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 양극화, 소외 등 지구 공통적인 문제의 주범으로 그는 끊임없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없던 수요를 창출하는 자본의 자기 증식 논리를 꼽습니다. 노르웨이에서 팔리는 대구 필레는 노르웨이 주변 해역에서 잡히지만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서 가공한 뒤 다시 노르웨이로 수입하는 1만 6000km 여행의 산물입니다. 지나친 이윤 논리 때문에 불필요한 무역과 운송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더 빨라진다는 게 그의 비판입니다.
그의 대안은 가까운 지역 생산물을 적극 소비하고, 중소규모 농장과 공장을 활성화 하는 것입니다. 로컬 푸드, 파머스 마켓 등이 활발해지는 겁니다. 한계에 다다른 한국 경제에, 지역화가 대안이 된다면 비수도권 지역으로서 부울경의 역할을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는 10일 창간 77주년을 맞는 <부산일보> 창간기념호는 ‘로컬이 미래다’를 슬로건으로 잡았습니다. 우리 후세들의 내일을 여는 실천과 행동에 <부산일보>가 구독자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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