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4대 불안은 교육, 주거, 일자리, 노후 문제로 좁혀집니다. 이 가운데 근원적 문제로 꼽히는 게 교육입니다. 수도권 집중을 유발하는 일자리와 인구 집중,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많은 학부모들이 노후 자금을 사교육에 쏟아 붓습니다.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공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좋은 대학이 전국 곳곳에 고루 흩어져 있다면 걱정할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하지만 벗꽃 지는 순서대로 지방대의 정원 미달 사태가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어느 대학, 어느 지역이 이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지역에서 우선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은 공교육 차원에서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일이었습니다. 부산시교육청이 국어와 영어, 수학 과목 현직 교사 27명이 참여하는 고교 1학년 과정 무료 인강(인터넷 강의) 플랫폼을 25일 연다고 합니다. 평균 경쟁률 3대 1 이상의 치열한 경쟁을 뚫은 역량 있는 중견 교사들이 카메라 앞에 섭니다.
이미 서울 유명 사설 학원이 운영하는 인강 플랫폼이 넘쳐나지만 부산시교육청의 강점은 내신 대비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각 학교에서 치르는 부산지역 학교 기출 문제를 풀어보면서 내신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수시 진학 비중이 높은 현행 대입 전형에서 내신 대비가 가능하다는 점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대입 전형에 대비할 수 있어 공교육 정상화에 좋은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강점은 미처 고1 과정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중학교 교과 과정 보충수업이 있다는 점입니다. 눈높이에 맞게 소외되는 학생 없이 고른 학력 성취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대책입니다. 시교육청은 이런 인강 프로그램을 내년에는 중학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윤수 교육감의 1심 판결이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 8일 나왔지만, 공교육 강화 차원에서 이런 프로그램은 이어가는 게 학생과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력이 전부가 아니라 해도, 사교육에 너무 많은 자본과 기회가 낭비되는 현실을 바꾸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테니까요.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부담 없이 각자의 관심 분야와 적성을 충분히 살펴보고 그에 맞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교육, 낙오하는 친구 없이 누구나 가진 꿈과 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 우리가 반 걸음이라도 내디딜 수 있다면 그것은 사교육 없는 세상, 공교육 정상화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