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일본 쓰시마의 거리는 49.5km입니다. 일본 본토보다 부산이 더 가깝습니다. 이곳에 고준위 핵폐기장을 유치해 낙후한 지역을 발전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어 여간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2일 쓰시마 시의회가 고준위 핵폐기장 선정을 위한 문헌조사를 수용하자는 청원을 가결시키면서 쓰시마 시장이 이를 수용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런데 히타카쓰 시장이 다행히 문헌조사를 신청하지 않겠다고 시의회에서 밝힌 사실이 어제 일본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히타카쓰 시장은 “앞으로 예상하지 못한 요인에 의해 핵폐기장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문헌조사에만 참여해도 최대 20억 엔의 교부금을 받을 수 있어 시장도 이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던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시의회의 문헌조사 수용 청원 가결도 아슬아슬했었지요. 찬성 10명, 반대 8명이었으니까요.
쓰시마 시가 소속된 나가사키 현은 원폭 피해지역이어서 지역민의 핵과 방사능 위험에 대한 우려가 큰 곳입니다. 그런데도 영구 핵폐기장 문헌조사를 받아들이자는 청원을 시의회가 가결시킬 만큼 쓰시마의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위축 현상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20년 만에 인구 30%가 줄었고, 코로나19 기간 지역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객이 급감했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제동이 걸렸지만 지역 경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다시 이런 논의가 재연될지 모릅니다.
부울경은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핵발전소 밀집 지역입니다. 고리·신고리 원전 내부에 쌓아둔 고준위 핵폐기물이 이미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다 건너 영구 핵폐기장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탈원전 기조에 대한 전면 수정이 이뤄져 핵발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핵발전으로 생산한 전기의 친환경 인증을 받으려면 유럽연합(EU) 기준으로 2050년까지 영구 고준위 방사성폐기장을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구 방폐장은 물론,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확보에 대한 법령 조차 아직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장실 없는 집을 짓는 것과 같다’는 우리나라의 핵발전 산업,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또한, 부산과 가장 가까운 일본, 쓰시마에 대한 경제·문화 교류와 협력 수준을 좀 더 높일 필요도 있습니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억지로 위험을 떠안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발전을 도우면서 위험을 낮춰보자는 겁니다.
오늘부터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가족·친지와 즐겁고 건강한 시간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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