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치 감독이 이번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문제의식은 분명하고 직접적입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연대’의 중요성을 연신 강조합니다. 극중 함께 살기를 거부하는 이들은 현실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기주의자들입니다. 저열한 말을 쏟아내며 사회를 좀먹는 불한당들에게 TJ가 내뱉는 논리정연한 일갈은 로치 감독의 신념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요 인물을 통해 전달되는 대사는 중동에서 반복되는 무력 사태에 무관심한 국제사회와 세계시민을 향한 쓴소리입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당신은 어떤 부류에 속하는 사람인가’라고 질문하는 듯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거시적인 문제에 당면했을 때 문제의 진짜 원인 대신 나보다 더 힘없는 약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로치 감독은 그러나 관객을 꾸짖기 위해 ‘나의 올드 오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자아도취와 선민의식에 빠진 노장의 꼰대질이 아니라, 분열과 혐오로 점철된 작금의 세상에 대한 우려를 담아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로치 감독이 영화 서사를 통해 말하는 인본주의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이상적인 사회의 단면을 그린 마지막 장면은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듭니다. 다소 감상적인 면이 있기도 하지만, 마음을 동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극중 인상적인 문구가 여럿 있지만, 기자는 “함께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When you eat together, you stick together)”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나의 올드 오크’가 전하는 연대의 메시지는 세대, 성별, 계층별로 가리가리 분열된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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